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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천리안 데이터 뱅크-유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86년 4월8일, 유공(주)의 10만t급 유조선 월드킨십호는 남아메리카 에콰도르에서 기름을 싣기위해 태평양의 흰 파도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이때 본사로부터 한 통의 암호전문이 날아들었다.
『긴급지시. 입항날짜를 최대한 늦춰라. 에콰도르산 원유가 하락세로 돌아섰다』
월드킨십호의 예정 선적일은 4월11일. 그러나 계약서에는 14일까지 여유가 있었다.
4월8일, 여기는 본사 원유기획부. 에미스(EMIS)전문요원 황의균씨(29)는 출근하자마자 여느때처럼 터미널 앞에 앉아 키를 두드렸다.
황씨의 첫 일과는 석유 및 석유제품에 대한 각종 정보가 서비스되는 해외 데이터 뱅크 에미스에서 전날의 원유가격 동향을 뽑아보는 것. 『ANS |8·50-8·60|』이틀전 8·80달러에팔리던 ANS(알래스카산원유)가 배럴당 20센트가 떨어진 것.
즉시 기획부팀은 9일부터 14일까지의 가격분석에 들어갔다. 이것은 도입가격이 입항전 5일간의 평균값으로 결정되는데다 에콰도르산은 ANS값에 연동되어있기 때문이다.
만일 원유가가 하루가 다르게 떨어진다면 3일간 입항을 늦추면 수십만달러를 아낄수 있다.
『ANS는 2∼3일간 계속하락세를 유지할 것이 전망됨. 7일 가격이 최고가』 원유부의 정보처리 컴퓨터는 ANS의 가격동향을 바로 그려낸다.
이날 작업으로 62만배럴 구입에서 2억1백만원을 절약할수 있었다. 반면 이 정보를 얻는데 든 총비용은 1백만원.
유공은 국내 기업중 해외데이터뱅크를 통해 가장 많은 정보를 받아보는 기업. 현재 가입된 정보네트워크는 미국·영국·일본등의 다이얼로그·퀘스텔·넛케이텔리컴등 6종류다.
지난해는 이용료만도 2천5백만원을 지불했다. 본격활용은 83년부터.
『과거에는 텔렉스나 해외지사를 통해 원유정보를 입수했지요. 보통 1주일정도 묵은 정보였습니다』 원유부 김치형 과장(37)은 『이때는 최신의 가격정보가 없어 상대방의 눈치를 살피는 경우가 많았다』고 술회한다.
수출분야도 정보활용의 중요성은 마찬가지.
금년3월 화학사업부는 미국회사와 톨루엔 5천t 수출상담을 벌였다. 엄무팀은 수출가를 도착가격으로 할 것인가 선적값으로 할 것인가를 결정해야만 했다.
톨루엔은 원유만큼 가격변동이 심하지는 않지만 값이 유동적인 것은 같다.
화학사업팀등 EMIS정보와 각종 잡지, 구입자의 사정등을 수집했다. 그러자 미국내 일부 공장이 일시 문을 닫았다는 사실이 포착됐다. 이에따라 계약은 상대방과의 협상 끝에 「도착가격」으로 정해졌다.
30일후 수출품이 미국에도착했을때는 t당 6달러나 값이 올라 있었다. 결국 눈에 보이지 않는 3만달러라는 이득을 얻은 것이다.
『일본 출광회사. 원유의 종류에 맞춰 자동적으로 정유운전상태를 변환하는 시스팀개발』
『한국 이규효건설부장관, 9월5일 일본관서신공항공사에 참여를 희망』
유공종합기획부팀은 매일아침, 닛케이 텔리컴을 통해 시사정보도 검토한다. 주요 정보는 임원회의에 올라가 분석되며 때에따라 조사지시가 떨어진다.
『해외정보는 하나의 데이터일뿐 입니다. 우리 입맛에 맞게·재가공해서 그 의미를 찾아내야지요』
김수필 종합기힉부장은 『해외정보 이용료가 대폭 내려모든 기업이 마음 놓고 사용할수 있어야 정보화 사회가 앞당겨진다』고 덧붙인다. <장재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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