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금」보다 값진 체조「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한국이 체조에서 사상처음으로 일본을 꺾고 은메달을 차지했다.
본격열전이 시작된 아시안게임은「중공돌풍」이 초반부터 예상보다 거세게 몰아쳐 대회이틀째인 21일 하루 11개 종목 중 9개 종목 금메달을 중공이 휩쓰는 가운데 한국은 기대를 걸었던 사이클·사격 등에서 예상 밖의 난조를 보여 첫 금메달획득에는 실패했다. 그러나 체조남자단체종목에서 마침내 일본을 꺾고 중공에 이어 은메달을 차지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그동안 일본이 아시아는 물론 세계에서도 독무대를 이뤄 강국으로 행세해오던 체조종목에서 일본을 누른 것은 비록 은메달이기는 하나 금메달보다 값진 것으로 다른 종목에서도 일본제압의 가능성을 확인해준 성과로 평가된다.
세계남자체조의 정상권에 서 있다고 자부하는 일본을 누르고 한국팀의 2위가 확정되는 순간 최영철국가대표 코치를 비롯, 한충식·권순성·이정식·박종훈등 우리 선수들은 서로 얼싸안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지난 1년간 점심을 굶어가며 피땀 흘린 노력의 대가입니다. 오늘의 승리는 한국체조가 세계 정상을 향해 재도약하는 첫걸음으로 생각하고 더욱 열심히 하겠읍니다』
각종 기구에 맞춰 남성적인 선을 갖추게 하고 상체이하를 날씬하게 하기 위해 1년 동안 점심을 먹이지 않고 맹훈련을 시켜왔다는 최코치는 선수들과 함께 배고픔의 고통을 감수하고 매일8시간씩의 강도 높은 훈련을 해왔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선수는 서양인에 비해 팔·다리가 짧은 신체적 특성 때문에 안마종목에서 열세를 면치 못한데다 체중과다로 하체까지 무거워 지면 그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어 이같은 맹훈련 이외에는 별다른 특효약이 없다는 것.
특히 선수들은 지난해 캐나다 몬트리올 세계체조선수권대회이후 일본인코치 「고토·기요시」 씨를 초빙, 1년간 기술지도를 받은 것이 주효했다고 최코치는 말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