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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그룹 해체작업 일단 매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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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2일 단행된 4차 정리는 전 국제그룹의 나머지 회사들에 대한 것을 완전히 매듭짓고 경남기업·남광토건 등 부실 규모가 엄청난 해외건설업체들과 큰 사회물의를 일으켰던 정아(구 명성)그룹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지금까지 치른 것 중 최대 규모다.
이들 28개 부실회사의 은행대출금 등 총 부채규모는 줄잡아 2조 5천억원은 되리라는 추산이다.
우선 경남기업과 남광토건 두 군데만 따져도 1조원 안팎이다.
정부는 이번에도 역시 정리되는 기업들이 얼마나 많은 은행 빚을 지고있으며 어떤 조건에서 정리되는 것인지, 또 인수하는 측은 어떠한 지원을 받는 것인지에 대해 일체 비밀에 붙이고 있다.
심지어는 부실기업의 자산·부채에 대한 실제 평가금액조차 내놓기를 기피하는 실정이다.
금융계와 업계에 흘러나온 얘기를 종합하면 국제상사(무역·신발부문)를 인수한 한일합섬에 대해선 신규로 5백여억원의 금융지원을 해주는 외에 국제의 자산부족액 절반을 은행(제일) 측이 떠 안는 것으로 되어있다.
국제상사는 총 자산 3천억원에 총 부채가 5천억원을 넘어 자산부족액이 2천여억원.
남광토건을 인수하는 쌍룡건설에 대해서도 5백여억원의 신규자금 등 한일합섬과 비슷한 지원을 해주는 조건으로 정리를 매듭지었다.
은행대출금에 대해 7∼10년의 거치 후 10년 안팎의 상환기간을 허용해주는 외에 신규로 지원되는 자금, 이른바 「시드 머니」(Seed money)는 10년 거치 10년 상환 조건으로 되어있다.
신규 지원자금은 그 동안 4차례의 정리과정에서 모두 약 4천 5백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드 머니 규모로는 경남기업을 인수한 대우에 2천억원 나간 것이 최대다.
경남기업은 지난 84년 11월 김우중 대우그룹회장 개인이름으로 일단 인수했다가 이번에 산업합리화 지정을 받아 대우그룹으로 넘어가게 된 것이며 조세문제에 대한 대책으로 산업합리화 지정을 받은 것이다.
경남기업의 장부상 자산보다 실제 자산이 훨씬 적어 그 차액에 대해 세금(대주주에 물리는 인정 상여소득세)을 기업한데서 원천 징수하게 되어있어 만약 그대로 놓아두면 과세액이 1천억원을 넘는다는 계산이 되기 때문에 합리화 지정을 한 것이다.
워낙 부실과 부채규모가 커 상응하는 지원을 해주지 않고는 정리할 수가 없기 때문에 고육지책이라도 쓰게된 것이다.
이번 정리를 하면서 정부가 끝까지 고심했던 것은 정아 그룹이었다.
한국화약 측은 자산부족액이 1천 7백억 원이나 된다고 주장, 한때 인수를 거부하기까지 했으나 결국 약 1천 2백억원에 달하는 은행부채를 최장 20년에 걸쳐 상환하도록 해준다는 선에서 타결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주)한양의 계열인 준설공사는 한양의 은행부채를 줄이기 위해 자산가치를 약 3천억원으로 쳐서 일단 상업은행이 맡는 것으로 결정했다. 준설공사와 한양유통 2개를 처분함으로써 한양의 부채는 절반규모로 줄어든다.
준설공사는 곧 한진그룹으로 넘어가도록 내정되어있다.
지금까지의 부실기업 정리를 통해 여러 기업을 인수함으로써 저력을 발휘, 급 부상한 기업으로 우성건설(대표 최주호)이 꼽히고 있다.
지난 73년에 설립, 착실하게 국내에서 아파트 건설사업으로 재력을 쌓아올린 우성은 1차때 풍만제지, 3차(6월 27일)때는 모방 및 타이어를 생산하는 원풍산업과 국제기술개발을, 그리고 이번에 다시 동양고속을 인수, 4개 기업을 새로 산하에 거느리게되었다.
국제상사(무역부문)를 비롯, 국제그룹의 5개 업체를 인수한 한일합섬, 정아그룹 6개 사와 한양유통을 인수한 한국화약그룹, 실속 좋은 연합철강을 차지하면서 국제통운 및 국제종합기계까지 인수한 동국제강도 이번 부실 정리를 통해 기업의 영역을 대폭 확장한 케이스에 속한다.
작년 초까지 만해도 국내 랭킹 7위 정도를 마크했던 전 국제그룹이 완전 해체, 정리되었다는 것도 4차에 걸친 부실정리의 중요한 대목이다.
국제그룹의 23개 기업 중 16개는 조세 및 금융상의 지원을 받는 조건에서 산업합리화 지정을 받아 제각기 새 주인 손으로 넘어갔으며 동서증권·경남은행·신한투자·동해투자·국제상선 등 5개 사는 지원이 필요없이 그냥 제3자에게 넘기는 방식으로 처리됐다.
그리고 나머지 2개사(성신토건·국제토건)는 청산 정리됐다.
이로써 양정모씨가 일으킨 국제그룹은 완전히 막을 내렸다.
지금까지 부실 해외건설업체가 많이 정리되었지만 S주택·H사 등 큰 빚을 지고있는 해외건설업체와 D사 등 해운업체들을 어떻게 정리하거나 살려나갈 것 인지의 과제는 그대로 남아있다.<이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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