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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무시해" 80대 지인 살해 후 시신 토막내 유기한 70대 검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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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함께 마시던 중 자신을 무시한다는 이유로 80대 지인을 살해하고 시신 일부를 절단한 뒤 유기한 70대 노인이 경찰에 검거됐다.

경기 고양경찰서는 6일 살인 등 혐의로 이모(71)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지난 1일 오후 4시30분쯤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지인 A씨(87)를 살해한 뒤 시신을 절단해 인근 공사장 등에 유기한 혐의다.

경찰 조사 결과 이씨는 6년 전쯤 지인의 소개로 A씨를 알게 된 후 1년에 1∼2차례 만나며 관계를 이어왔다. 이씨는 사건 당일 A씨와 함께 술을 마시다 A씨로부터 “왜 직업도 없이 가족과 떨어져 가난하게 혼자 사느냐”며 자신을 무시하는 듯한 말을 듣자 말다툼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분을 참지 못한 이씨는 A씨를 목 졸라 살해했다.

이씨는 이후 집 안에 있던 흉기로 A씨의 시신을 절단한 뒤 자신의 트럭을 이용해 집에서 7㎞ 거리의 택지개발 공사 현장과 집 옆 야산 기슭에 분리된 시신을 각각 유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양경찰서 관계자는 “이씨는 ‘시신이 발견되면 숨진 사람의 신원이 드러날까 두려워 시신을 절단해 각각 다른 장소에 유기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손자에 의해 미귀가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던 A씨의 분리된 시신은 이날 오전 공사 자재 폐기물과 흙 등으로 덮인 채 각각 발견됐다. 이씨는 또 A씨를 살해한 직후 집 근처에 있는 또 다른 피해자 B씨(64ㆍ여)를 찾아가 둔기로 머리를 수차례 때려 중상을 입힌 혐의(살인 미수)도 받고 있다.

이씨는 집수리를 도운 뒤 임금 60만원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B씨와 갈등을 빚어 왔다. 이씨는 당시 B씨의 비명을 듣고 달려온 B씨의 아들과 몸싸움을 하다 얼굴을 다쳐 병원에 치료를 받으러 갔다가 지난 5일 경찰에 붙잡혔다. 이씨는 동네에서 농사일을 돕거나 공사장에서 잡부로 일하며 생계를 꾸려왔다.

고양=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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