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보험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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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한동안은 흑자경제니 저물가시대니 하며 각종 물품의 가격이 인하되었다는 장미빛 보도들이 잇따르더니 최근에는 종종 가격이 인상되는 품목들의 보도도 눈에 띈다.
그러던 어느날 기습적으로 날아든 자동차 보험료 인상보도는 접하고는 그러면 그렇지 하는 느낌이다. 저물가·흑자경제운운하는 모든 것이 좋아지리라던 기대는 역시 현실화라기엔 지나친 장미빛 환상이었구나 싶다.
보험은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는 것이므로, 보험 가입자의 경우 정확한 손익을 계산하기 어렵다.
재난을 당하면 이익이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다. 그러니 대부분의 보험가입자들은 대부분의 경우 손해를 보는 측이다.
그러나 재난을 당하는 쪽 보다는 보험료 손해보는 쪽이 다행한 일이라 생각되어 기꺼운 마음으로 손해를 본다. 아마도 이 세상에서 큰 불평없는 마음으로 손해를 감수하는 몇 안되는 경우 중의 하나일 것이다.
「만약의 경우의 재난」이 언제 어떤 형태로 우리 앞에 나타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보험의 이용은 계속 늘어날 것이다. 보험이 성격상 어차피 다수가 소수를 지원해 주는 제도이긴 하나 구호사업이 아닌 이상 다수의 지나친 희생을 일방적으로 강요해서는 안된다. 여기에 보험회사 및 정책당국의 과학이고 합리적인 경영정책의 추립이 요구된다.
한데 많은 사람들이 필요로 하고 또 이용하고 있는 의료보험 및 자동차보험의 경우 비전문가의 눈에도 개선의 여지가 많은 것으로 비친다.
의료보험의 경우 한 사람의 보험가입자에 의해 몇 명이 보험혜택을 받든, 몇번을 이용하든 관계없이 봉급의 일정비율을 보험료로 책정해 놓고 있다. 의료보험제도가 모든 가입자들에게 공평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수혜자수 및 진료 빈도가 보험료 책정에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제도의 합리적 운영에 대한 최소한의 노력의 흔적도 없이 적자누적을 보험료 인상만으로 해결하려는 처사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최근 기습적으로 발표된 자동차보험료 인상 역시 그 방법이나 인상의 폭에 있어 선뜻 납득하기가 어렵다. 보험료 지출이 증가된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에 대한 철저한 과학적 분석을 통해 보험료 지출증가원인을 제공하는 계층 혹은 집단에 대한 조정이 따랐어야 할 것이다.
도로사정등 나쁜 교통의견이 보험료 인상의 요인으로 작용했다면 정책당국에서는 자동차와 관련된 각종 세금 및 범칙금 등 자동차 사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국가수입을 교통 의견 개선에 재투자하여 일방적인 보험료 인상으로부터 당사자들을 보호하는 정책을 입안했어야 할 것이다.
무엇이든 값을 올리는 것이 가장 손쉬운 방법이라하여 쉽게 그것을 택하려는 발상은 가히 지갑을 잃는 곳은 어두운 골목인데 단지 가로등이 환하다는 이용 때문에 큰 길에서 지갑을 찾아 다니는 현상과 비교할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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