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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수공예 그릇 서울서 팔아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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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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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핸디크래프트’ 윤하나 대표가 서울 합정동 공방에서 수공예 그릇을 들고 있다. 윤 대표는 인도네시아·방글라데시 등 저개발 국가 1인 생산자들로부터 수공예품을 직접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 [사진 최정동 기자]

윤하나(37) ‘공기핸디크래프트’ 대표는 인도네시아 등 저개발국가에서 수공예품을 수입하는 공정무역가다. 그에게 물건을 납품하는 가내수공업자들은 기계를 들이거나 인력을 고용할 자본이 없는 1인 생산자다.

윤하나 공기핸디크래프트 대표
기계 살 자본없는 생산자에게 구입
제품가격 65% 생산자에게 돌아가

서울 합정동에 위치한 윤 대표의 공방에는 자기·손가방·러그 등 세계 각지에서 들여온 20여 가지의 수공예품이 진열돼 있다. 진열품들을 차례로 설명하던 윤 대표가 지름 23.5㎝ 크기의 샐러드 그릇 ‘미스터 뿌뚜’를 들어 보였다.

“뿌뚜 아저씨는 인도네시아 섬 우붓에 계시는 분이에요. 나무를 깎아 만든 그릇으로 20년간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죠.”

세계공정무역기구(WFTO)를 통해 뿌뚜(40)의 사정을 접한 윤 대표는 2014년 가을 직접 인도네시아를 방문했다. 수아르 나무(인도네시아의 열대나무)를 깎아 그릇을 만드는 뿌뚜는 상인 카르텔에 들지 못해 원재료 값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물건을 넘기고 있었다. 하루 종일 만든 그릇 4개를 시장에 내다 팔아도 부인과 세 자녀를 먹여 살리기 어려운 처지였다.

한국으로 돌아온 윤 대표는 뿌뚜가 깎은 그릇들을 변용해 새 디자인 도안을 만들었다. 이를 다시 뿌뚜에게 보내 재제작을 부탁했다. 그렇게 탄생한 ‘미스터 뿌뚜’ 제품 가격의 65%가량이 뿌뚜에게 돌아간다. 현재까지 300여 개가 팔린 ‘미스터 뿌뚜’는 재고가 없어 새 주문을 요청한 상황이다. 윤 대표는 “지난해 다시 방문했을 때 뿌뚜가 그동안 모은 돈으로 새 작업공간을 갖게 됐다고 행복해했다”며 웃었다.

윤 대표가 공정무역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0년 전 남미를 여행하면서다. 외국계 홍보회사에 근무하던 윤 대표는 한 달간 휴가를 받아 페루·볼리비아·칠레로 떠났다. 숨가쁜 도심 생활에 익숙했던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호수 위 짚을 엮어 만든 집에서 털실과 목각인형을 만드는 여인들이었다.

“그분들을 보면서 그 나라만의 전통무늬와 패턴을 살려 물건을 들여올 수 없을까. 충분한 값을 지불하고 들여오면 그들의 전통문화도 보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죠.”

남미에서 돌아온 윤 대표는 3년 뒤 사직서를 내고 네팔로 자원봉사를 떠났다. 카트만두 거리에 상점을 차려 놓고 커피·수공예품 등을 수입하는 공정무역 비정부단체(NGO)들을 보며 수공예품 공방을 구상했다. 그리고 네팔에서 돌아와 3년여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지난해 3월 공방을 열었다.

윤 대표가 공정무역의 원칙 외에 중시하는 것은 제품의 질이다. 그 나라의 전통무늬와 패턴을 유지하면서도 이를 현대적으로 변용하고 질을 유지하기 위해 평균 9개월 이상의 공정기간을 거친다.

“보통 공정무역 제품이라고 하면 가격은 국내산이랑 비슷하거나 비싼데 질은 더 낮다고 인식하잖아요. 저는 그 고정관념을 깨고 싶었어요. 그래서 더 심혈을 기울였죠.”

윤 대표의 목표는 현지 디자이너를 양성하는 아카데미를 설립하는 일이다. 윤 대표와 협력 관계인 수공업자 대부분은 전통적 방식대로 물건을 만드는 데는 익숙하지만 상품성 있게 디자인을 변용하는 데는 미숙하다. 윤 대표는 “그분들이 스스로 좀 더 세련된 디자인을 만들게 되고 전 세계 더 많은 1인 생산자의 작품이 한국에 소개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서준석 기자 seo.junsuk@joongang.co.kr
사진=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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