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사진은 예술이 되는데…트럼프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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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선이 점입가경이다. '술 취해 좌충우돌하는 삼촌(트럼프)'과 '거짓말쟁이 아줌마(힐러리)'의 진흙탕 싸움에 넌덜머리를 내는 유권자가 많다. 선거의 본질 중 하나가 최선보다는 차악을 선택하는데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미국 유권자의 피로감이 새삼스러운 건 아니다. 양 진영의 선거캠프는 지금 11월8일 대통령 선거일을 앞두고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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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세 전략과 언론 노출 전략을 수립하는 캠프 관계자들은 하루 종일 머리를 쥐어뜯고 있겠고, 24시간 후보자와 동선을 함께하며 일거수일투족을 잡아내는 사진기자들 역시 매일 색다른 앵글을 고민하면서 머리에 쥐가 나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어떤 사진이 지면에 실리게 할 것인가. 사진기자의 개인적 역량이 두 후보자 유세현장 사진의 질을 결정하는데 가장 중요하게 작동하겠지만 그것만으로 사진의 질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기자들과 캠프 관계자의 협조 , 기자들과 후보자의 유대관계가 좋은 사진을 결정하는 무시할 수 없는 보완재로 작동한다. 한국의 대선 판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 각 당에 출입하는 사진기자와 후보와의 관계가 원활할수록 신문 지면에 등장하는 후보자 사진의 질이 좋아지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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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점에서 보면 트럼프 캠프와 기자들의 관계보다는 힐러리 캠프와 기자들의 관계가 좋아 보인다. 9월5일부터 10월5일까지 외신으로 들어온 두 후보의 사진을 보면 트럼프의 사진은 뉴스 사진에 특화된 전형적인 보도사진이 주류를 이루지만 힐러리의 사진은 보도사진 사이사이에 예술적 감각으로 접근한 사진들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후보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만들어지지 않을 사진이다.

적합하게 세팅된 장소, 조명, 사진기자들에게 배정된 위치 등에 따라 사진의 질이 결정된다. 이런 조건이 좋은 사진과 그렇지 못한 사진의 경계선이다. 경계는 우연하게 설정되지 않는다. 유권자가 눈치채지 못할 치밀한 연출력이 배후에 숨어 있다. 두 후보 간 사진의 질이 현저하게 벌어졌다면, 그리고 이런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한다면 이는 현저하게 벌어진 두 캠프의 기획력 차이, 바로 실력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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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면 적어도 지금까지는 힐러리 클린턴이 도널드 트럼프를 이기고 있다. 사진 1과 사진 1-1은 평범한 유세 사진이다. 대통령 후보의 유세 사진이 대개 이런 식이다. 이 사진 이외의 사진들은 클린턴에겐 익숙하고 트럼프에겐 어색한 사진들이다. 트럼프의 말과 표정을 생각해보면 그를 대상으로 예술적 접근을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듯 싶다.

글=김춘식 기자, 사진=AP·로이터=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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