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대작 추석 극장가서 맞붙다 | 이두용의 『내시』·배창호 『황진이』 8일 동시 개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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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한국영화계의 대표적 감독으로 손꼽히는 이두용 감독과 배창호 감독이 추석 극장가에서 정면대결을 벌인다.
이감독의 『내시』 와 배감독의 『황진이』 가 추석인 18일 동시에 개봉되는데 이 작품들은 두 감독이 보통영화 3∼4배의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 호진의 힘을 기울여만든 사극 대작이다.
영화계는 이 두작품의 대결이 마치 지난 61년에 신상옥 감독의 『성춘향』 과 홍성기 감독의 『춘향전』 이 맞붙었던 경우와 비슷하다며 주목하고 있다. 당시 홍감독은 신감독에게 완패당해 빚더미에 올라앉는 등 재기불능의 궁지에 빠졌었다.
이번 경우는 당시처럼 똑같은 소재는 아니지만두 작품 모두 10여년만에 만든 사극이라는 점에서 성격이 비슷하다.
두작품 모두 장미희(『황진이』)· 이미숙(『내시』)·안성기등 최고의 캐스트를 동원, 역사속에 살아있는 남녀의 사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배 두감독 모두 겉으로는 서로의 작품에 『기대가 크다』며 애써 태연해하고 있지만 관계자들을 만나면 『작품내용이 어떻더냐』 며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內侍』 는 지난 68년 신상옥 감독이 신성일·윤정희를 주연으로 만들어 크게 히트했던 작품을 이감독이 시각을 달리해 새롭게 탈바꿈시키는 작품.
스토리텔링보다 남녀의 심리적 갈등에 초점을 맞추었다.
『황진이』 역시 여러번 영화· TV극화 되었던 주제.
황진이가 일생동안 만나 사랑하는 4명의 남자와의 관계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엮었다. 배감독은 여기에서 사랑을 통한 영원한 구원을 통일적 주제로 삼았다고.
특히 이들 두 작품에는 안성기가 각각 주연을 맡고 있어 어느쪽의 영화에서 더욱 돋보일는지도 주목거리다.
이번 추석에 이·배감독이 이처럼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되자 이들과 함께 대표적 감독으로 손꼽히는 임권택 감독은 역시 비슷한 성격의 사극문예물 『씨받이』 를 완성시켜 놓고도 추석흥행을 피해 개봉을 연기시켰다.
또 현재 흥행에 크게 성공하고 있는 이장호감독의 영화 『이장호의 외인구단』 은 추석을 지나서까지 계속 상영할 계획이어서 새 작품들의 개봉에 어떤 영향을 받을것인가도 관심거리다.
올 추석 극장가는 이같은 한국영화 이외에 망명한 소련 발레댄서의 얘기를 그린『백야』와 한 젊은 여성의 이색적인 성 편력을 다룬 『볼레로』 등 외화 2∼3편이 새로 개봉된다.
『볼레로』는 완벽한 몸매를 갖췄다는 여우 「보·데릭」 이 남편인 감독「존·데릭」 과 함께 만든 최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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