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준높은 무대예술 잔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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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서울 동숭동 문예진흥원내 문예희관 대극장앞. 아시안게임 문화행사의 일환으로 열리고있는 대한민국 연극제를 보려는 관람객의 행렬이 매일 하오 3시부터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대한민국 연극제가 매년 한번 있는 연극인의 잔치로서 우수한 작품들이 공연되어 왔고, 올해는 특히 아시안게임과 연관하여 외국의 극단도 참여하고 국내 연극중에서도 우리 연극을 대표하는 작품이라고 알려진 우수작들이 공연되어 관심이 높아진 때문이다.
총 12개 연극이 무대에 오르는 이번 연극제의 레퍼터리는 화려하다.
8월 23일부터 시작된 연극제에는 극단 실험의 오영진 작·김동훈 연출 『맹진사댁 경사』,극단 목화의 오태석 작·연출『태』, 극단자유의 최인훈 작·김정옥 연출『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등 우리 연극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중량급 작품이 무대에 오르고 있다.
외국 극단으로는 인도 세라이칼라초 극단의 무용극, 일본 스코트극단의 『트로이의 여인』 등이 참가했다.
9일 현재까지 오태석 작 『물보라』, 오영진 작 『맹진사댁 경사』, 인도 무용극, 스코트극단의 『트로이의 여인』, 허규 작 『물도리동』 등이 공연됐고, 앞으로 10월 12일까지 공연될 작품은 오태석 작 『태』등 7개다 (표 참조).
오태석 작 『태』 는 세조와 박팽년간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선비정신과 핏줄을 이어간다는 것에 대한 끈질긴 집념을 말하고 있다. 작가는 세조로 하여금 자기에게는 역적인 박팽년의 대를 이어가게 하는 휴머니티를 보이게 한다.
최인석 작 『시간의 문법』은 산업화 과정에서 변모를 겪는 한 시골 사회와 인간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가내수공업 형태로 운영되던 김만오와 문남식이라는 사람의 목공소가 대재벌그룹인 「삼천만」계열의「삼천만 목공예주식회사」에 편입된다. 작은 술집 「과부집」은 룸살롱이 된다. 목공소 주인 김만오등은 노동자로 전락하고 과부집 식모 금순이는 룸살롱 호스티스가 된다.
환경이 급격하게 변하고 그 속에 살아가던 사람들도 그 변모에 따라 변해가는 것을 그렸다.
윤조병 작『초승에서 그믐까지』 는 3대를 광부로 살아온 한 가족이 공포와 좌절의 상황 속에서도 그들의 꿈을 키워가는 삶을 그리고 있다.
이강백 작 『비옹사옹』 은 『옹고집전』에서 소재를 따와 재물에 집착하던 한 인물의 개심과정을 그려 즐거움을 나눠 갖는다는 동양적 사회관을 드러낸다. 「유진· 오닐」작 『밤으로의 긴 여로』는 유일한 번역극.
박범신 작 『그래도 볍씨를 뿌린다』는 6·25의 상처를 극복하고 다시 삶을 시작하려는 여인의 집념이 담겨 있다. 최인훈 작『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는 온달과 평강공주의 이야기로서 인간과 인간의 만남·헤어짐을 인간 체험의 원형으로 드러내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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