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김 “내 성공 비결은 연애, 청춘들 짝지어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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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김은 “경쟁에 시달리는 젊은이들에게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지혜를 주고 싶다”고 했다. [사진 우상조 기자]

“학교 다닐 때 연애를 열심히 한 덕분이죠.”

꿈희망미래재단 이사장 ‘드림 데이트’
요즘 젊은이들 연애 기회조차 없어
자비 들여 파티 등 만남의 장 제공

단돈 2000달러를 들고 미국에 건너간 지 30년 만에 20억 달러(2조2000억원)를 번 남자. 한때 ‘아시아의 빌 게이츠’로 불렸던 스티브 김(67·김윤종) 꿈희망미래재단 이사장에게 억만장자가 된 비결을 묻자 의외로 “연애 덕”이란 답이 돌아왔다.

김 이사장은 1999년 자신이 설립한 컴퓨터 네트워킹 업체 자일렌(Xylan)을 프랑스 알카텔사에 20억 달러에 매각하고 2007년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꿈희망미래재단을 만들어 청소년 장학사업과 인성교육 프로그램에 매년 20억원 이상을 지원해왔다. 그런 그가 최근 “연애와 결혼, 출산 등 세 가지를 포기한 ‘삼포세대(三抛世代)’ 청년들을 위해 만남의 장을 만들겠다”며 새로운 도전을 선언했다. 이른바 ‘드림 데이트’ 프로젝트다. 지난 8월 남녀 30여 명을 대상으로 시범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내년부터 본격 운영할 예정이다. 최근 서울 역삼동 재단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나 역시도 연애를 통해 많은 걸 배우고, 정서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했다.

갑자기 연애사업에 뛰어든 이유가 뭔가.
“우리 재단 직원들의 평균나이가 27~28세다. 대부분 연애를 하고 있으리라고 짐작했는데, 그런 사람이 거의 없다는 대답에 깜짝 놀랐다. 얘기를 듣고보니 지인들에게 소개받는 것도 한두 번이지, 결혼은 고사하고 연애할 기회조차 갖기 어렵다고 하더라. 이건 개인 문제가 아닌 심각한 사회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연애를 해야 하나.
“우선 이성과 만나서 대화하려면 신문도 보고, 책도 읽으면서 대화의 소재를 찾아야 한다. (웃으면서) 나도 학창시절에 여자친구 앞에서 낭송해주려고 시집을 열심히 읽었던 기억이 난다. 또 연애를 통해 대화의 기술이나 상대방을 배려하는 태도도 배우게 된다. 그런 건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다.”
비슷한 목적의 결혼정보업체나 온라인 매칭 사이트가 이미 적지 않다.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기존의 매칭 시스템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부터 알아봤다. 결혼정보업체는 스펙에 따라 등급을 나누고, 조건을 맞춰서 만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니까 부모 등쌀에 떠밀린 속칭 ‘금수저’들이 몇백만원씩 내고 들어오는 거다. 온라인상에도 매칭 사이트가 많지만 참가자 정보가 검증이 안 된다.”
드림 데이트는 무엇이 다른가.
“스펙을 따지지 않고, 가입 조건도 없다. 대신 회원이 되면 사전 인터뷰를 통해 어떤 사람인지를 검증한다. 때로는 데이트 코치가 중간에서 잘 어울리는 이성을 연결해 줄 수도 있다. 또 매주 파티를 열어 자유로운 만남의 기회도 제공한다.”
가입비로 10만원을 받는다고 하던데.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일이 아니다. 어차피 내 돈을 써 가면서 선의로 하는 프로젝트다. 가입비는 행사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할 목적으로 조금 받는 거다.”

그는 입시와 취업 등 끊임없이 경쟁에 시달리는 젊은 세대의 현실이 안타깝다는 말을 반복했다. 전국을 다니며 ‘성공학 강의’를 하는 그가 행복한 삶을 더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30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오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미국에서의 성공은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의 삶을 누릴 수 있게 해 줬다. LA 비벌리힐스에서 수영장, 테니스장에 욕실이 11개나 있고, 건물 면적만도 400평(1322㎡)이 넘는 저택에 살면서 자주 파티를 열었다. 그런데 파티가 끝나고 모두가 떠난 자리에는 더 큰 허전함이 남겨졌다. 그때 돈과 성공만 가지곤 행복할 수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IT기업인으로서 더 큰 도전을 할 뜻은 없었나.
“돈을 버는 것에는 더 이상 흥미가 없었다. (웃음) 어떻게 하면 번 돈을 제대로 쓸지를 고민했다. 지금까지 늘 새로운 사업을 해왔듯이 교육사업이나 드림 데이트는 나에겐 훨씬 더 큰 도전이자 또 하나의 창업이다. 다만, 돈을 벌지 않는 창업일 뿐이다.”
앞으로 계획은.
“젊은이들에게 삶의 활력을 불어넣어 주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지혜를 주고 싶다. 그만큼 행복하기 힘든 사회가 아니냐.”

글=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사진=우상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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