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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빌린 도박자금 1억원 안 갚은 사업가 실형"

중앙일보

입력

해외로 원정도박을 갔다가 지인에게 도박자금 1억원을 빌리고도 갚지 않은 중소기업 대표가 사기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았다.

피해자는 배상명령도 신청했지만 법원은 도박을 위해 돈을 빌려준 행위가 불법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4단독 박성준 판사는 사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중소기업 대표 박모(42)씨에게 징역 8월을 선고했다고 3일 밝혔다.

박씨는 지난해 5월 홍콩 마카오에 있는 한 호텔의 카지노 정킷방(카지노 업체에 돈을 내고 빌린 VIP룸)에서 바카라 게임을 하다가 돈을 다 잃자 동행한 연극연출가 손모씨에게 돈을 빌렸다.

박씨는 손씨에게 자신의 휴대전화에 뜬 인터넷 뱅킹 오류 화면을 보여주며 "에러가 나서 송금이 안 되니 돈을 빌려주면 늦어도 내일 오전까지 갚겠다"고 거짓말을 했다.

평소 박씨와 형·동생 사이로 지냈던 손씨는 박씨를 믿고 3차례에 걸쳐 1억원을 카지노 계좌로 송금해줬다. 하지만 박씨는 끝내 빌린 돈을 갚지 않았고 결국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기업을 운영하는 박씨는 돈을 갚을 능력이 있었지만 처음부터 갚을 생각 없이 손씨로부터 돈을 빌린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박씨를 엄벌해달라고 탄원하고 있다"며 "박씨의 죄질이 불량할 뿐 아니라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도 않아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손씨는 "돈을 돌려달라"며 배상명령도 신청했지만 법원은 이를 각하했다. 도박 자금을 빌려주는 행동은 민법상 불법적인 이유로 돈 등을 제공하는 '불법원인급여'로 분류되기 때문에 그 이익의 반환을 청구할 수 없도록 규정돼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1억원은 민사상 불법원인급여에 해당돼 배상 소송은 할 수 없지만 형법상 사기죄가 성립될 수 있는 것이 대법원 판례"라고 설명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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