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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마을 이래서 오래산다<4> 본사-전문의료진 20명의 공동조사로 벗긴 비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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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장수마을 장수노인들은 낙천적이다. 슬픔도 괴로움도「팔자소관」으로 돌리며 온갖 번뇌에서 빨리 벗어난다. 매사를 서두르지도 않는다.
『눈 감을때 끄정 즐겁게 살아야제. 속은 쌕여서 뭐혀. 아 영감도 살만큼 살다 갔으니 여한은 없을거이고…』
미수를 눈앞에 둔 김양순할머니 (85·전남구례군마산면상사부락) 는 어디를 봐도66년간 해로해온 할아버지를 여읜 할머니 같지가 않았다.
김할머니가 할아버지를 사별한 것은 지난6월. 한때는「영감을 뒤따르겠다」며 비감에 젖곤 했지만 곧 마음의 안정을 되찾고 전과 다름없이 집안일을 거들며 낙천적으로 살아간다고 가족들은 안도.
그같은 성격때문에 오래사는 것일까.
가정환경이 좋건 나쁘건, 생활수준이 높건 낮건 장수마을 장수노인중 78·9%가 낙천적 성격이다.
쾌활(59%)하고 느긋한성격 (59%)을 가진 노인도 전체의 절반을 훨씬 넘는다.
특히 이들 장수노인들중 70%는 같은 동네는 물론 인근마을에 많은 친구들이 있어 노년을 외롭지 않게 보내고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수노인들의 이같은 성격특성은 외국의 장수노인연구기관들이 조사한 결과와도 일치한다.
일본의 동경노인종합연구소는 지난81년 1백세이상장수노인들을 조사분석한 결과 장수의 첫째요인은 「느긋한 마음가짐」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세계3대 장수촌의 하나인 소련의 코카서스 지방 그루지아 공화국 장수의학연구소도 「낙천적 생활태도」를 장수비결의 으뜸으로 꼽았다.
국립정신병원 박태환박사(노인 정신과장)는 『사람의 수명은 육체적 건강과 정신적 건강이 2개의 큰기둥』이라고 지적하고 『장수노인들의 낙천적이고 쾌활한 성격은 항상 정신건강을 유지시켜 장수에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복잡한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가장 무서운 적은 스트레스지만 농·어촌 장수마을 노인들은 생활환경상 스트레스를 덜 받고, 설사 스트레스를 받는다 하더라도 낙천적이고 느긋한 성격탓에 이를 쉽게 풀수 있다.
장수마을 장수노인들은 화를 잘내지 않는다. 화가 나더라도 금방 풀어버린다.
본사특별조사반이 장수노인 본인과 가족·마을주민들을 통해 조사한 결과 전체장수노인중 평소 화를 갈내는 노인은 29·7%에 불과했고 나머지 70·3%는 화를 잘내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일단 화가 나더라도 들녘을 산책한다든가, 술한잔·담배한대로 풀어버리거나(64·9%), 상대방에게 속시원히 화풀이(8·1%)를 한다고 대답, 그냥 참으며 속을 끓이는 노인은 2·7%에 불과했다.
한양대의대 김광일교수(정신신경과)는 장수노인들의 이같은 성격이 정신질환 뿐아니라 각종 성인병을 방어하는 강력한 무기구실을 한다』고 지적했다.
성격이 조급하고 화를 잘내거나 신경질적인 사람은 잦은 흥분으로 교감신경을 자극, 아드레날린등의 호르몬 분비가 잦고 위산분비도 많아져 당뇨·고혈압·협심증등 성인병과 소화기질환에 잘 걸린다. 그러나 장수노인들에게는 그 같은 질병요인이 많지 않다는 것이 김교수의 설명.
실제로 조사대상 장수노인들중 순환기및 소화기계통의 질환을 앓는 노인은 7·7%에 불과했다. 욕심없는 마음가짐과 현실에 만족하는 생활자세도 장수노인들이 지닌 또하나의 특성.『재물탐 안내고 살다보니 맘 편허고 건강한가 뵈어』 오우남할머니 (84·마산면상서부락) 는 한평생을 3간초가에서 전형적인 옛농촌생활 그대로 살아오면서도 번듯한 양옥집이나 도시생활이 부럽지 않다고 했다.
장수노인의 생활만족도는 생활수준에 관계없이 75·8%가 만족스럽다고 했고, 불만스럽다는 24·2%밖에 안됐다.
소망도 소박하다.
편안한 죽음을 맞고싶다가 32·4%, 이대로 오래살고싶다가 24·3%, 자손이 잘되기 바란다 13·5%, 선산의 묘소를 잘 가꾸고싶다가 13·5%. 현실에 대한 강한 불만과 함께 보다 잘 살고싶다는 욕심을 가진 노인은 10·8% 정도였다.<본사특별조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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