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돌아온 최순호 감독 "철학 갖춘 팀 만들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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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이 아니면 내게 기회가 없었을 것 같았다. 내가 사양할 상황이 아니었다."

성적 부진에 빠진 프로축구 포항 스틸러스 감독직을 12년 만에 맡은 최순호(54) 감독의 포부는 다부졌다. 최진철 감독의 후임으로 지난달 26일 포항을 맡은 최 감독은 2일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1부리그) 33라운드 성남 FC와 경기가 열린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소감을 밝혔다. 최 감독은 "기대와 걱정 때문에 잠을 깊이 자지 못했다"면서 다소 피곤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그는 "16살 때 포항제철 입단을 목표로 삼았고, 고교 3학년 때 포항에 입단했다. 포항은 늘 애정있게 봐온 팀이고, 정서도 잘 안다. 내 전부였다"면서 "(감독 제의에) 사양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이미 포항을 한 차례 맡은 적이 있었다. 현역 시절 1980년 포항제철축구단에 입단해 9년간 포항과 인연을 맺었던 그는 1999년 포항 코치로 활동한 뒤 2000년 8월 감독대행을 거쳐 2001년 포항 정식 감독으로 취임해 4년간 팀을 이끌었다. 그는 포항 유스 시스템 구축에 크게 기여했고, 2004년 K리그 준우승을 이끌어낸 뒤 포항을 떠났다.

최 감독은 현재의 포항 상황에 대해 "1999년 코치를 맡았을 때와 비슷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우승으로 가는 토대를 갖춘 팀으로 만들겠다. 그러나 시대가 달라져서 이제는 감독이 매니저 개념으로 가야 한다. 저비용 고효율 측면의 운용도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포항의 당면 과제는 1부리그 잔류다. 포항은 올 시즌 32라운드까지 9위(10승8무14패·승점 38)에 머물러있다. 최 감독은 "선수들에게 '우리한텐 (스플릿 라운드를 포함해) 6경기라는 큰 경기가 걸려있다. 이걸 해결해야 더 좋은 곳에 갈 수 있다. 그래서 강해져야 한다'고 전달했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포항은 명가라는 말을 들을 만 한 유일한 팀이다. 역사, 성적, 시스템, 팬들의 참여 등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포항 축구의 철학을 뚜렷하게 말하진 못 한다. 앞으로 내게 좀 더 여유가 주어지면 부족한 부분을 메우고 팬들과도 소통해서 팀의 정체성이 있고, 철학을 갖춘 팀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적으로는 포항을 빠른 템포와 강한 수비를 구축한 팀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그는 "템포 빠른 활발한 축구를 펼치겠다. 하프라인 밑으로 내리는 수비는 선수들이 발전을 못 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런 부분들을 고쳐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팬들의 자신을 향한 비판에 대해 "포항뿐 아니라 울산 현대미포조선, 강원FC의 감독을 맡았었는데 그때 낸 결과도 있다. 그러나 내가 부족한 게 있었기 때문에 선수들과 함께 부정적인 인식을 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성남=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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