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68개 치약 제조업체 전수 조사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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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국내 68개 모든 치약 제조회사 제품을 대상으로 가습기 살균제에 포함된 유해성분이 들어갔는지 이번 주 중 전수조사를 벌인다. 지난 26일 ㈜아모레퍼시픽이 제조한 11종의 치약에서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이 검출돼 불안감이 확산된 지 사흘 만이다. 이 물질은 호흡기를 통해 흡입할 경우 폐질환 등을 일으킨다. 이번 결정은 29일 국무조정실 주재 관계부처 회의에서 나왔다. 전수조사 대상은 치약 이외에 세척제, 섬유유연제·방향제 등이다.

업체서 만든 세척·방향제도 포함
가습기 살균제 등 유해 성분 조사
부광약품 치약 제품 3종 자진 회수

이날 아모레퍼시픽의 치약인 ‘메디안에이치프라그’(사진)에도 이들 성분이 함유된 것으로 추가 확인됐다. 이 제품은 2013년 12월 이후 생산이 중단됐으나 유통기한이 올해 12월로 돼 있다. 일부 제품이 시중에 유통 중일 가능성이 있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아모레퍼시픽이 당초 11개 제품 회수 계획을 신고했으나 식약처 조사 과정에서 메디안에이치프라그 치약에도 이들 성분이 함유된 것으로 추가 확인됐다. 시중 유통 가능성이 낮아 아모레퍼시픽이 회수 대상에서 제외해 신고했으나 유통기한이 만료되지 않은 것을 감안해 회수 대상에 추가 포함시켰다”고 설명했다.

또 문제의 원료를 아모레퍼시픽에 공급한 미원상사가 부광약품의 ‘시린메드’ 치약에도 원료를 공급한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미원상사로부터 원료 물질을 공급받은 화장품·의약업체는 11개 회사로 파악되고 있다.

이에 따라 부광약품은 이날 “자사 치약 브랜드 제품에 해당 성분 함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히고, 자진회수를 결정했다. 회수 제품은 안티프라그와 시린메드, 어린이치약 등 3종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미원상사에 문의한 결과 시험성적서엔 기재되지 않았으나 해당 성분이 함유됐을 가능성이 있어 성분을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CMIT·MIT 성분과 관련해 교환·환불이 진행 중인 치약은 모두 15개 제품으로 늘었다.

부광약품이 환수하는 제품은 약 13만 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광약품은 아모레퍼시픽이 편의점·대형마트·수퍼마켓 등 가까운 판매점에서 환불받을 수 있도록 한 것과 달리 택배나 소포로 문제 제품을 소비자에게서 환수한다. 해당 제품을 가진 소비자는 부광약품 본사(서울시 동작구 상도로7 대방동 부광약품)로 제품을 보내면 된다. 제품을 보낸 소비자에게만 새 제품 교환 또는 환불을 진행한다.

대형마트 집계에 따르면 29일 오전 현재 아모레퍼시픽 제품 환불은 약 50만 건이 진행됐다. 아모레퍼시픽은 회수 대상 제품을 3400만 개로 추정하고 있다. 일부 제품은 미국·중국에 수출돼 아모레는 현재 회수 절차를 검토 중이다.

치약에서 유해성분 검출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안전한 치약은 용기를 보면 알 수 있다는 소문도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치약용기 하단에 표시된 세로선의 색상이 초록색이면 순수한 천연성분 함유이며, 검정색이면 화학물질 함유라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아모레퍼시픽 담당자는 “ 치약 내용물을 주입하는 기계의 센서가 튜브의 중심을 인식하도록 인쇄해 둔 인식표일 뿐이며 치약 성분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성시윤·유부혁 기자 yoo.boohy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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