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Biz] 핀테크로 여는 연 9% 재테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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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잠실에 거주하는 최민성(37)씨는 지난해 6월 말 현직 국회의원에게 돈을 빌려주는 P2P금융 상품에 돈을 넣고 투자금과 수익을 회수했다. 대출자는 전직 과학기술부 장관이자 4선 국회의원이었던 김영환 사무총장이다. 당시 최씨 외에도 73명의 투자자가 P2P대출을 이용한 그에게 투자를 진행하여 연금리 9%의 수익을 거뒀다. 최씨는 이후에도 P2P업체 ‘8퍼센트’의 홈페이지를 통해 걸그룹·공무원·은행원·택시기사 등 다양한 직업군과 유망 소상공인에게 자금을 대출해주는 상품에 투자했다. 그동안 대형 기관이 주로 참여했던 태양광 투자에도 소액으로 참여했다. 투자한 지 1년이 지난 9월 현재 그가 수령한 투자 수익은 평균 9.5%(세전). 지난달엔 부동산 담보 대출채권 ‘호텔왕’에 투자했다. 연 수익률 10.32%, 만기 12개월의 이 투자 상품에는 총 966명의 투자자가 몰리며 30억원이 마감됐다.

8퍼센트
대출·태양광 등 투자로 수익 ‘양호’
P2P 금융, 개인 투자자들에게 주목
특급호텔 식사권 등 리워드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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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퍼센트에선 9월 현재 수익형 오피스텔 투자상품이 매일 13시에 열리고 있다. [사진 8퍼센트]

◆대표적인 핀테크 서비스 ‘P2P 금융’=지난해부터 금융·IT업계의 주요 화두인 ‘핀테크’(FinTech). 핀테크는 그동안 은행을 비롯한 대형 금융기관이 처리하던 대출·결제·송금을 대체하는 기술로 최근 대중적인 서비스로 거듭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개인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 P2P(Peer to Peer, 개인간) 금융이다.

P2P 금융은 은행을 거치지 않고 개인과 개인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투자하고 대출받도록 하는 대표적인 핀테크 서비스이다. 8퍼센트 관계자는 “은행과 달리 인건비, 지점 임대료 및 운용비, 광고홍보비 등이 절감된다”면서 “대출자는 보다 낮은 금리를, 투자자는 양호한 수익을 제공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저금리 기조와 맞물려 P2P금융 시장 규모는 급증하고 있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9월 현재까지 집계된 누적 대출액은 2600억원을 상회한다. 지난해까지 집계된 393억과 비교했을 때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관계자들은 내년 P2P 금융 시장 규모가 조 단위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00명 신청자 중 5명만 엄선해 투자 진행=투자 상품으로 올라오는 P2P채권의 대출심사과정을 살펴보면 8퍼센트의 경우 KCB(코리아 크레딧뷰로)의 등급 및 대출신청자의 현금흐름을 분석하고 보완 목적으로 소셜 데이터를 활용한다. 먼저 신용 1~10등급자 중 저신용자(8~10등급)는 제외한다. 이후 투자자 보호를 위해 1~7등급자 중에서도 전체 신청자 중 5% 내외 인원에게 대출을 승인한다.

100명의 대출신청자 중 상환능력이 양호한 5명에게만 투자가 진행되는 것이다. 현재 8퍼센트의 심사는 각종 데이터를 알고리즘에 맞춰 자동화했다. 실사 후 최종 승인은 심사 담당자들에 의해 결정된다. 국민은행·경남은행·나이스평가정보·삼성카드 등 기존 금융기관 출신들이 이 과정을 담당하고 있다.

사례로 언급된 국회의원·걸그룹 대출 채권 또한 이런 과정을 거쳐 엄선됐다. 9월 현재 수익형 오피스텔 투자상품(연금리 10.04%, 만기 6개월)과 소상공인, 개인 신용을 비롯한 다양한 채권이 매일 13시에 오픈되고 있다.

P2P투자는 다양한 리워드를 제공하기도 한다. 8퍼센트 부동산P2P상품 가운데 지난 27일 13시에 오픈한 ‘수익형 오피스텔 3차’ 투자상품의 경우 투자 금액별로 특급호텔 식사권, 호텔 숙박·스파 패키지 등 다양한 상품을 리워드로 제공했다.

8퍼센트 김달수 심사총괄은 “만기 6개월, 연 수익률 10.04%의 투자상품에 스페셜 리워드까지 더해져 지난 1·2회차에도 각각 448·622명의 투자자가 몰렸다”면서 “모집된 금액은 9호선 공항시장역 인근에 위치한 오피스텔 마감 공사비용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강서구에 위치한 해당 오피스텔의 공정률은 95%이며 바닥부분 등 마감 공사를 남겨두고 있다. 오피스텔의 준공 후 감정가는 115억원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지속적으로 중수익 투자 상품 선보여=8퍼센트는 지속적으로 중수익의 투자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김 총괄은 “8퍼센트는 개인 및 법인 신용 대출 이외에도 2015년 5월 도곡동 타워팰리스 담보대출을 출시한 이후 부동산P2P상품을 지속적으로 취급하면서 채권의 다양화와 매력적인 수익률의 안정적인 회수에 앞장서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중수익의 매력적인 투자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금융 전문가들은 안정적인 P2P투자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으로 ‘분산투자’를 꼽는다. 또한 P2P업체가 투자채권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시하는지도 살펴보아야 한다. 원금손실에 대한 고지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는지도 살펴야 한다.

우리은행 퇴직 후 8퍼센트를 창업한 이효진 대표는 “투자자와 대출자의 상생을 도모하는 서비스의 기본을 지키기 위해 윤리강령을 준수하고, 정교한 시스템 고도화를 진행할 것”이라며 “대출 시장의 금리 단층 해소를 지속하고 이 과정에서 저금리 시대를 맞이한 투자자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배은나 객원기자 bae.eun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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