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합금 내년엔 양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섭씨 영하1백도가 넘는 극저온으로 갈수록 충격에 강해지는 신금속을 개발, 세계금속학계에 파문을 일으킨 김영길박사(한국과학기술원 재료공학과) .
『나 자신도 처음에는 이 합금을 믿지 않았읍니다. 실험이 잘못 됐다고 생각했지요. 그러나 지난 3년간에 걸친 연구로 자신을 얻어 이번에 세계학회에 보고한 것입니다
지난3월 미국 금속학회지에 실린 김박사의 논문은 모든 재료는 극저온으로 갈수록 유리처럼 부서진다는 금속교과서의 이론을 완전히 뒤엎은 것으로 각국 과학자들은 『놀랐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박사가 저온에 강한 신소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82년 국내에 대규모 LNG(천연액화가스)기지건설이 시작될 때였다.
LNG는 영화 1백68도의 극저온으로 보관되는데 이때 대형용기 주조에 「9%니겔강」이라는 특수금속이 사용된다. 『이 특수금속을 일본에서 대량 수입한다는 말을 듣고 더 좋은 소재를 자체에서 개발키로 결심했읍니다』. 이때 김박사는 과기원의 학생들과 함께 1백여개의 합금을 만들어보는 실험을 계속, 니켈보다 4배나 값싼 망간이 들어가면서 금속의 생명인 연신율 및 충격감내도는 니켈강에 2배나 되는 신소재를 만들어냈다.
『왜 이처럼 기존의 이론과 정반대의 특성을 갖는지 학문적으로 정확히 밝히지는 못하고 있읍니다. 그러나 대량생산에는 전혀 문제가 없읍니다』
철·망간·알루미눔·나이오븀의 합금인 극저온 소재는 적당한 조성비와 함께 독특한 제조공정을 거쳐야 한다. 이 공정이 연구팀이 찾아낸 「노하우」.
『연말까지 물성실험을 계속할 예정입니다. 다음 단계는 대량생산인데 포항제철같은 시설이라면 1년의 준비면 연속생산이 가능합니다』
김박사는 이와함께 원리를 규명하는 연구도 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64년 서울대공대금속공학과를 졸업하고 79년부터 과기원에 근무중인 김박사는 반도체용 첨단소재인 「리드 플레임」을 개발, 세계시장을 석권하게 한 장본인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