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강요식씨, 소말리아 PKO활동 담은 책 펴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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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 공항에서 머물고 있을 때 반군들이 발사한 박격포가 수십m 부근에 떨어질 땐 심한 공포감을 느꼈어요. 또 작전 수행을 위해 빈번하게 헬기를 탔지만 그때마다 언제 어디서 날아올지 모를 총탄에 마음을 졸였고요. 마치 어제 일처럼 기억에 생생합니다."

1993년 6월 말 소말리아에 한국군 최초로 유엔 평화유지군(PKF)으로 파견된 상록수부대에서 근무했던 강요식(姜堯植.43)씨. 그가 현지의 참상과 상록수부대 활동상을 담아 '神마저 버린 땅 소말리아'를 최근 출간했다. 이 책은 한국이 유엔 평화유지활동(PKO)을 시작한 지 10년 만에 발간된 데다 한국의 해외파병 활동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어 눈길을 끈다.

93년 당시 상록수부대가 주둔했던 곳은 모가디슈에서 40km 가량 떨어진 발라드.

당시 姜씨는 보급장교(대위)로 소말리아 유엔평화유지군 사령부를 매주 방문해 물자를 공급받고, 아홉 차례 소말리아 인근 국가인 케냐로 날아가 김치.두부 등의 식료품을 조달해오는 활동을 펼쳤다.

"한낮 기온이 50도를 넘는 게 보통이어서 병사들이 더위로 고생이 심했습니다. 때문에 소말리아 현지에서 수박.망고 등의 신선한 과일을 구입해 병사들에게 공급하는 일도 저에게 중요한 임무였습니다. 낙타 1마리.소 3마리를 사서 병사들에게 식용으로 제공했습니다. 비록 낙타 고기가 큰 인기를 끌지 못했지만요."

姜씨는 강원도 중부전선에서 근무했던 93년 초 PKF에 지원할 때 상당히 고심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전방 골짜기에서 남편만 의지하며 열심히 내조해온 아내와 귀여운 딸과 헤어져야 하고, 열사의 땅에서 혹시라도 닥칠 수 있는 풍토병과 불의의 사고 등이 뇌리를 스쳐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소말리아에서 보낸 2백일이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회고한다. 전후세대로 오랜 내전으로 인해 1백만명이 굶어죽은 소말리아에서 전쟁의 아픔을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97년 전역한 姜씨는 현재 주간 청소년신문 사장과 사단법인 한국청소년문화육성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지난 11일 파병 10주년을 기념해 상록수부대의 숭고한 정신을 계승하고 세계평화에 기여하기 위해 '평화사람모임'을 출범시켰다. 평화사랑모임은 앞으로 전쟁난민 돕기 모금.해외파병 장병 지원 등 다양한 평화운동을 펼칠 계획이다.

글=하재식,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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