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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장·전술핵은 옵션이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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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환
오영환 기자 중앙일보 지역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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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환
도쿄총국장

북한의 핵탄두 폭발 시험 이후 우리 사회에서 여러 대책이 오르내리고 있다. 위기의식이나 좌절감을 생각하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북한의 3대(代)에 걸친 핵에 대한 물신(物神) 숭배를 고려하면 늦은 감도 없지 않다. 현실적 대안에 대한 국민적 확신이 급해졌다. 핵 보유론부터 살펴보자. 일각에서 쉽게 입에 떠올리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우리가 공개적 핵 무장의 길로 가면 북한의 전철을 밟게 된다.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등을 통해 국제 비확산 체제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 순간 국제사회의 제재가 따른다. 전력 생산을 위한 핵물질 공급이 끊기고, 수출 길도 막힌다. 무역 입국(立國), 에너지 분야 원전 입국의 종언이다. 우리는 플루토늄을 얻기 위한 재처리 시설과 고농축우라늄 생산 시설도 없다. 한·미 원자력협정상 핵물질의 군사적 전용도 안 된다. 핵 개발로 가면 한·미 동맹이 해체될지 모른다. 그렇다고 비밀 핵개발이 가능한 시대도 아니다. 남북 간 핵을 통한 공포의 균형은 영구 분단과 한반도 자멸의 길이기도 하다. 통일을 반길 나라가 있겠는가. 핵무장은 옵션이 될 수 없다.

전술핵 반입론도 여러 가지를 간과하고 있다. 하나는 군사기술 혁명이다. 전장(戰場)에 사용하는 전술핵은 거의 정밀타격 재래식 무기에 자리를 내줬다. 현재의 재래식 타격 능력은 주한미군에 배치됐다 1991년 철수한 뒤 폐기된 단거리 미사일·곡사포 탑재 핵탄두(전술핵)를 능가한다. 미국은 2010년 전술핵 탑재형 토마호크 미사일도 퇴역시켰다. 남은 것은 한반도에도 배치됐던 항공기 투하형 B61 핵폭탄(개량형은 전략핵) 200개 정도다. 전술핵을 들여온다면 B61이겠지만 상징적 의미밖에 없다. 미국은 이미 한국에 핵우산·재래식 타격능력·미사일 방어를 포함한 모든 군사 능력을 통해 확장 억제(extended deterrence)를 제공하겠다고 공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구상 어디도 1시간 안에 타격 가능한 글로벌 신속타격(PGS) 체계도 도입 중이다. 군사 혁명은 핵 전력의 배치 장소나 거리의 제약을 없앴다. 미국이 전술핵 재배치를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일 게다.

국내 여건도 문제다. 방어용 미사일인 사드 배치 문제로 홍역을 치르는 판에 전술핵 배치 장소를 찾아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북한 비핵화가 아닌 한반도 비핵화를 주장하는 중국의 반대도 뻔하다. 정책적으론 한반도 비핵화공동선언을 파기해야 한다. 그러면 북한 비핵화의 명분이 약화된다. 북한은 핵보유국 입장에서 핵 군축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이 크다.

최선의 방책은 평화의 핵 노선을 견지하면서 미국의 확장 억제로 북핵에 대응하는 것이다. 한·미 동맹의 전략적 자산을 두고 딴 데서 답을 찾을 이유가 없다. 미국은 확고한 공약을 위해 핵 전력의 일회성 시위가 아닌 정기적 전개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확장 억제에 대한 한·미 간 정보 공유와 상호 운용성 확대도 긴요하다. 동맹 간 신뢰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점이다.

오 영 환
도쿄총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