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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ICT 전문가와 대학생 함께 프로젝트 기획·진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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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5 한이음 데이’에서 멘토와 멘티들이 프로젝트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 미래창조과학부]

취직난으로 청년들의 고민이 깊다. 취업이 다소 쉽다는 이공계의 인기가 높지만 대학 교육과 현장 실무에 큰 차이가 있다. 정보통신 분야에서 실무 경험을 쌓고 취업 경쟁력을 키워주는 ‘정보통신기술(ICT)멘토링 제도’가 인기를 끄는 이유다.

취업 디딤돌 ICT멘토링 제도

"2004년부터 매년 시행 ICT 인재 4만2000여 명 양성지난해 멘티 취업률 81.7%"

김태수(29)씨는 대학 졸업을 한 학기 남기고 지난해 IT기업에 취직했다. 요즘 같은 구직난 시대에 원하는 기업에 일찍 취직한 비결로 그는 ‘ICT멘토링’ 프로그램을 꼽는다. 그는 2013년부터 ICT멘토링 프로그램의 모바일·웹·앱 관련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기업 실무자 멘토의 지도를 받았다. 실제로 ‘쓰이는’ 기술을 사용하다보니 대학에서 배운 것보다 수준이 높아 어려웠지만 다른 멘티와 열심히 공부하며 실력을 쑥쑥 키운 것이 큰 보탬이 됐다.

기업에 필요한 실무 역량 키워
ICT멘토링 제도는 미래창조과학부가 지원하고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가 주관하는 인력 양성 사업이다. 2004년 처음 시작된 후 13년째 이어져 오고 있다. 대학생 멘티가 기업 실무 전문가인 멘토와 팀을 이뤄 ICT 분야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실무 역량을 키운다. 대학 교육과 현장 업무 사이의 ‘간극’을 메워 현장성·전문성·창의성을 갖춘 준비된 인재를 길러내는게 멘토링 제도의 취지이자 목표다.
  지금까지 ICT멘토링 제도를 통해 배출된 인재는 4만2000여 명이다. 지난해 참여한 멘티의 취업률은 81.7%로 이 중 3분의 2 이상이 ICT 관련 담당 업무를 맡고 있다. 높은 취업률의 비결은 뭘까. 멘토와 멘티 사이의 끈끈한 관계가 시너지효과를 낸다. 재능기부 형식으로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멘토들이 학생들을 가족처럼 챙기며 돌본다.
  멘토들이 발벗고 나서서 취업 준비를 돕기도 하지만 숙련된 선배들과 함께 일하는 과정 자체가 멘티들에겐 큰 배움이다. 금융IT 회사에 다니는 이광철(47) 멘토의 지도를 받은 11명의 대학생 멘티 중 9명이 SKT와 LG U+ 등 대기업에 취직했다. 그는 “대부분의 멘토들이 ‘내가 직접 키우는 인재’라는 생각으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며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에 대해 현실적으로 알려주고 자기 소개서도 첨삭해 주는 데다 멘티들도 프로젝트에 몰입하며 탄탄한 실력을 갖추게 돼 취직률이 높다”고 말했다.
  이처럼 도움을 받은 멘티들은 취직 후 몇 년간 경력을 쌓고 다시 멘토로 활동하기도 한다. 8년 전 멘티로 SNS시스템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정두진(31)씨는 소프트웨어 기업에 취직해 경력을 쌓은 뒤 멘토로 돌아와 후배에게 현장 경험과 지식을 나눠주기도 했다.
  멘토가 되려면 갖춰야 할 자격이 있다. ICT 분야 실무 경력이 5년 이상으로 현업에 종사해야 한다. 현장에서 쓰는 기술을 반영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멘티들을 이끌며 진행 사항을 점검하고 결과에 대해 피드백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멘티는 대학교 재학생이라면 누구나 가능하다. 이들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진행 상황에 대해 보고하고 결과물을 낸다.

여성 기업인과 여대생 팀 이뤄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풍부한 지원 혜택도 받는다. 클라우드 서버를 기본으로 실습에 필요한 휴대전화, 태블릿PC 등의 기자재를 임대해 주며 보드 등의 재료를 구매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회의공간 대여료나 교통비에 대해 실비를 사후 지원한다.
  ICT멘토링 제도는 다양한 사업으로 기업의 사회공헌이나 여성의 사회 진출을 돕는다. '프로보노 ICT멘토링'은 삼성전자·LG CNS·한화 S&C·지란지교소프트 등 국내 ICT 기업 실무자와 ICT 관련 학과 재학생이 만나 지식을 나누도록 돕는다. ICT 기술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과 이해를 높이기 위해 1년에 몇 차례씩 토크 콘서트를 연다. 지난 6일 열린 ‘2016지식나눔 ICT 드림 콘서트’에 일반인과 대학생 150여 명을 초대해 인공지능, 로봇, 빅데이터 등의 이슈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공계 여대생과 ICT 관련 기업 여성 대표가 팀을 이루는 ‘이브와 ICT멘토링’ 프로그램도 있다. 이공계 여학생의 활발한 사회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했다.
  ICT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하려면 한이음 사이트(www.hanium.or.kr)에 접속해 참여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등록하면 된다. 기업에 소속된 멘토들이나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있는 학생 멘티가 먼저 프로젝트를 기획해도 되고, 제안된 프로젝트에 참여 신청을 해도 된다. 연중 모집하고 관리하므로 언제든지 마음에 맞는 파트너를 만나면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다. 이 제도를 통해 2015년까지 총 1만 2954건의 프로젝트가 완료됐고, 올해만 1000여 건의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ICT멘토링은 프로젝트가 끝난 뒤에도 결과물을 활용해 논문을 발표하거나 특허를 등록하고 창업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한 지원도 한다. 2014년부터 멘토로 참여하고 있는 백송이(38·여·금융IT기업)씨는 “예전에는 학생들이 고생해 결과물을 얻어놓고 활용하려 하지 않아 안타까웠지만 최근에는 프로그램 측에서 창업 컨설팅이나 특허 관련 법률 자문 이벤트를 마련해 줘 학생들이 큰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ICT멘토링 프로그램은 ‘한이음 데이’ 행사를 통해 멘토-멘티 간 소통의 폭을 넓히고 프로젝트를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알리고 있다. 연말에는 엑스포 행사를 열고 공들여 일궈낸 프로젝트 결과물들을 공유한다.

윤혜연 기자 yoon.hy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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