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닥종이」의 한을 잇는다|파려의 직지심경등 영인본종이로 선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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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프랑스에서 영인해올 『직지심경』과 『왕오천축국전』의 원료종이로 우리나라 재래의 한지인 닥종이가 선정돼 지금 그 제조가 활발히 진행되고있다.
비전의 닥종이 제조방법을 사용, 생산을 서두르는 사람은 강원도원주시단구동190의6에 「부통한지연구소」를 차린 비구니 영담스님(34) .
이 두 고서를 실물과 똑같이 재현시키려는 문공부에 의해 영담스님의 닥종이가 그우수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또 이종이는 공업진흥청이 시판중인 한지 30여종과 일본·중국의 종이 등을 일제히 비교검토한 결과 PH8이상의 알칼리성으로 내구성이 가장 크며 인열강도를 비롯한 여러 실험에서도 제일우수한 것으로 판명되기도했다.
영담스님의 닥종이는 황촉규 (속칭 닥풀) 라는 식물의뿌리즙을 전충제로 사용하는데 봄에 씨뿌려 가을에 뿌리를 캐어 말렸다가 으깨서 온종일 발로 밟아야하는 공정을 거친다. 이것이 바로 펄프를 섞거나 값싼 화학풀을 써서 빛깔이 쉽게 변하는 보통 한지와 다른 것이다.
닥나무 껍질을 벗겨서 삶고, 씻고, 티를 고르고, 두드리고, 닥풀을 섞어 종이를 펴서 말리기까지 사람손을 99번 거친 다음에야 실제 한지를 쓸 사람이 만지게 된데서 백지라고도 불린다.
영담스님은 4대째 한의를 지낸 가정 출신으로 겨울철이면 할아버지가 집에서 쓸 한지만드는 것을 보고 자랐고 출가후에 한지제조법을 익혔다. 송광사·운문사에서 비구니생활을 한 스님은 애초에는 불사에 쓰는 종이를 만들고자 78년부터 닥종이를 만들었다가 또년12월 본격적인연구소를 차렸다.
이번 『직지심경』등 영인본을 만드는데 쓸 한지에는 오래 묵은 느낌을 살리기 위해 담배물을 들이는데 원래 영담스님은 필요에 따라 한지에 색깔을 낼때면 쪽풀·차 (다)·쇠몽· 치자등의 자연염료를 쓴다.
펄프로 만든 양지는 수명이 50∼1백년인데 비해 불국사 석가탑에서 나온 무구정광 대다라니경 같은것은 1천3백여년을 넘어 재래 한지의 뛰어난 기록보관성을 입증하고있다.
『오래 보관해야할 외교문서등의 서류및 자료들과 상장같은것들은 이제 전통 한지로 만들어야한다』 고 주장한다.
또 88년 서울올림픽에 참가하는 세계각국의 선수들에게도 한지로 만든 선수증을 준다면 대물려 보관하기에도 좋을뿐더러 우리 한지의 우수성을 전세계에 과시할수 있을것이라고 말한다.
『직지심경』과 『왕오천축국부』의 영인본이 완성되면 『직지심경』이 인쇄된 곳으로 최근확인된 청주 흥덕사에 건립될 인쇄박물관에 비치된다.<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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