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버」로비파문 한국에도 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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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워싱턴=장두성 특파원】「마이클·디버」전 백악관 비서실차장의 불법로비활동을 조사해 오고 있는 미연방정부의 조사 관들은 최근「디버」의 한국·일본 등 아시아국가들과의 업무활동까지 조사를 확대했다고 뉴욕 타임즈 지가 11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정부 및 의회소식통을 인용, 연방법원이 임명한 독립위원회와 의회조사위원회가 각각「디버」의 한국 및 일본로비정보를 수집하고 있으며 미 연방수사국(FBI)이 독립조사 위원회를 위해 현재 백악관관리들을 대상으로「디버」의 아시아로비활동을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디버」에 대한 조사는 최근까지 산성비에 관한 대 캐나다 로비활동에 집중되어 있었다. 「디버」는 비서실차장 직을 사임한 이후의 자신의 로비활동이 적법한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뉴욕 타임즈 지는 지난 2개월간 한국·일본·워싱턴·뉴욕의 정부관리·실업인·정보기관관계자 등 1백여 명과 가진 인터뷰를 통해 입수한「디버」의 로비활동을 소개했다. 다음은 이 기사를 요약한 것이다.
한-미간의 무역갈등이 고조되던 85년10월 김기환 전 해외협력위원회기획단장이 전두환 대통령의 친서를 휴대하고 워싱턴에 와서「레이건」대통령을 만났다. 외국의 차관급관리가 미국대통령을 만난 이같은 이례적인 면담은 당시국무성관리들의 반대가 있었음에도 불구, 「디버」의 주선으로 이루어졌다.
「워커」주한미국대사는 처음에는 이러한 사실을 부인하다가 나중에 뉴욕 타임즈에 전화로『「디버」가 아이디어를 제공, 내가 백악관에 제의했다』고 그의 발언을 수정했다.
정치적으로 임명된바 있는「워커」대사는 백악관 비서실차장 직을 사임한지 2개월 후에 서울을 방문한 「디버」를 위해 한국정부의 장관들과의 면담을 주선하는 등 극진한 대접을 했으며「디버」는「워커」대사에게『「레이건」대통령이 당신을 유임시기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해 주었다고「워커」대사는 말했다.
백악관에 근무할 당시「디버」의 사무실은「레이건」대통령집무실 바로 옆방을 쓰고 있었으며 퇴근 후에는 곧잘 「레이건」대통령의 숙소에 들러 술을 들고 한담을 나누기도 했다.
「디버」는 특히「레이건」대통령의 부인「낸시」여사와 절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디버」는 작년 7월과 10월 두 차례 서울을 방문했을 때 미국의 담배회사 필립모리스를 위해 맹렬한 로비활동을 벌였으며 25만 달러를 받고 한국의 대자그룹을 의해 백악관 관리들을 만났던 사실이 공무원 윤리 법 위반혐의의 조사대상이 되고 있다.
이에 앞서 필립모리스사는 한국에 진출하기 위해 한국에 근무했던 「유진·포리스터」장군을 로비이스트로 고용했었으며 이어「레이건」대통령부부와 친분이 두터운「폴·랙설트」상원의원(공·네바다주)의 딸인「미셸·랙설트」를 고용하기도 했었다. 그러나「미셸·랙설트」여인은 미 의원들을 상대로 로비활동은 할 수 있으나 대 한국관리로비활동은 거절했다. 그녀와의 계약기간은 85년 6월에 끝났다.
필립모리스는 그 직후「디버」를 로비이스트로 고용했다.
「디버」는 85년 5월 백악관 비서실차장 직을 사임한 후 캐나다·일본 등과 로비계약을 체결했으며 한국과는 김기환 전 해외협력 위 기획단장이 「레이건」대통령을 면담하기 하루전인 지난해 10월1일 한국문화협회의 명의로 47만5천 달러를 받기로 하고 로비계약을 맺었다.
「디버」는「공무원이 퇴직한 후 1년 동안 자신이 근무했던 관청을 상대로 로비활동을 할 수 없다」는 공무원 윤리 법을 위반한 혐의로 그동안 조사를 받아 왔다.
한편 미 의회는 12일「디버」가 의회에서 위증한 혐의로 법정고발을 할 것인지 여부를 투표에 부칠 예정이다.
현재「디버」는 부인과 아들·딸·장모 등과 함께 케냐의 국립공원 사파리에서 휴가를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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