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협조로 국정쇄신 강조|전대통령 기자회견에 담긴 뜻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12대 국회가 성립된 후 하계회견으로는 처음인 11일의 기자회견에서 전두환 대통령은 1년6개월 남은 집권종반기의 정치구상에 관해 그동안 제시해 왔던 정치적 약속과 원칙들이 그대로 유효하며 준수될 것이라는 점을 거듭 밝히고 있다.
전대통령이 개헌문제·후계자문제·평화적 정권교체 등에 대해 대부분 종전의 원칙들을 재확인하고 있다.
특히 여권이 호헌에서 개헌으로 방향을 전환하게 된 계기가 되었던 4·30청와대 3당대표 오찬회담에서 밝혔던「임기 내 개헌 불 반대」의 입장이 계속 견지되고 그 바탕 위에서 빠른 개헌을 강조하고 있다.
개헌의 방법에 있어서 전대통령은「국회에서의 합의개헌」을 거듭 강조하고 있으며「정략개헌」에 대한 우려를 표현함으로써 여권의 기본인식을 집약적으로 제시했다.
즉 어떠한 경우에도 법에 의한 절차와 방법을 통해서 합의를 끌어내야 국민적 대표성을 인정받을 수가 있다는 것이다.
전대통령은 그동안 개헌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 언급한 적은 없었다.
이번 회견에서 전대통령이『대통령의 선출방식 문제보다는 1인 장기집권을 막고 권력의 독주와 남용을 통제하는 제도가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해 더욱 중요한 요소』라고 밝힌 것은 야당 측이 주장하고 있는 직선제 논란을 지양해야 한다는 의미와 민정당 측이 추진하고 있는 권력분산 적인 내각책임제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후계자 결정 등의 문제에 관해서는 지금까지 말해 온 바 이상의 명확한 언급은 않고 있다. 또 지방자치제 실시에 관해서도 개헌의 방향과 연관되는 문제라고 지적, 구체적으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지자제실시방법에 대해 당정간에 협의가 아직 굳어지지 않고 경우에 따라서는 여-야 협상과정에서 시기가 조정될 수 있다는 정치적 상황을 고러하여 분명한 언급을 미룬 것으로 짐작된다.
이번 회견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지금 최대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당정개편에 대한 언급이다. 전대통령은 당정개편에 따르는 난점들을 설명하면서도 상당히 전향적인 방향에서 이 문제에 대처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전대통령은 당정개편이 상황변화에 대응하는 정치구상이란 점을 지적하고『새로운 상황이 새로운 사람을 요구하고 있다고 판단될 때』를 개편의 이유로 보는 것 같다.
이와 같은 전제 위에서 전대통령은 개편에 있어서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 ▲책임행정과 책임정치의 구현 ▲국정운영의 효율성 ▲당정간의 유기적 협조 ▲국정쇄신이나 사회분위기일신을 들고 있다.
이중 특히 주목되는 부분이「당정간의 유기적 협조」라는 대목이다.
민정당내에서는 그동안 여러 가지 정치현안들과 독립기념관 화재 등을 고려할 때 지금이야말로 당정개편을 대폭적으로 단행함으로써 정부·여당의 면모를 일신하고 국정의 분위기를 바꿀 대대적인 민심수습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었다.
따라서 전대통령이 당정간의 협조를 강조한 것은 이같은 당의 의사를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시사한 것으로도 해석이 되는 것이다.
또 국정쇄신이나 사회분위기 일신을 강조한 것도 독립기념관화재사건을 전후하여 일고 있는 일반국민들의 기대를 수용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도 가능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개편의 시기에 관해서 전대통령은「적절한 시기」라고 말함으로써 분명하게 못박지 많고 있다.
따라서 11일 하오로 예정된 노태우 민정당대표의 청와대방문이 개편의 시기와 폭을 결정하는 중요한 면담이 될 것으로 생각이 되는 것이다.
만약 당의 국정쇄신 의견이 설득력 있게 개진되고 이것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면 정부·여당 전체에 걸치는 전면적인 개편이 단행될 가능성이 있으며 그 시기도 그리 늦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아시안게임 등 국제행사의 일관성 있는 추진, 하반기에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학생·재야의 정치공세 적 동향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작용을 하게 되면 단계적 개편의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하겠다.
전대통령은 집권 종반기의최대의 정치과제를「안정」에 두면서 이를 저해할 급진좌경세력의 동향에 대해서는 강경히 대처할 것을 명백하게 밝히고 있다.
전대통령은 이러한 관점에서 남은 1년 반의 임기동안국민이 불안해할 상황이 조성되지 않도록 대통령으로서의 임무를 철저히 수행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말하자면 집권종반기라 해서 있을 수 있는 통치권의 누수현상과 그에 따를 수 있는 정부의 동요, 사회의 혼란 등을 강력하게 방지하겠다는 의사를 천명한 것이다. <김영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