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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후 반복되는 복통... 췌장질환 의심?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진료를 보다가 ‘췌장’에 대해 설명을 하면 "췌장은 많이 들었지만 실제로 어디에 있고 어떤 역할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는 환자들이 대부분이다. 췌장은 우리말로 ‘이자’라고도 부른다. 위의 뒤쪽, 즉 위와 등 사이에 위치하며 크기는 12~20cm 정도로 가로로 비스듬히 놓여있다.

췌장은 음식물을 분해해서 영양분을 흡수하는데 결정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소화효소를 분비하며 당뇨병에서 문제가 되는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하는 역할을 한다.

췌장에 생길 수 있는 대표적인 질환인 췌장염은 말 그대로 이런 췌장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급성췌장염과 만성췌장염이 있다. 급성췌장염은 담즙(쓸개즙)이나 췌장에서 분비된 효소가 췌장 안으로 역류해 췌장조직을 갉아먹는 병이다. 대개 가벼운 부종만 일어났다 쉽게 낫지만, 심하면 췌장 주위로 효소가 새어 췌장이나 주변 장기까지 녹여 생명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

급성췌장염이 생기는 이유는 70~80%가 알코올과 담석증 때문이다. 술을 많이 마시면 술을 대사시키기 위해 과도하게 많은 췌장액이 분비되는데, 이것이 다른 장기로 충분히 배출되지 못하고 췌장으로 역류돼 췌장을 파괴하는 것이다. 특히 여성은 남성에 비해 알코올 분해 능력이 적어 남성보다 적은 양의 음주를 했을 때에도 쉽게 급성췌장염이 올 수 있다.
담석이 원인인 경우는 쓸개나 담도에서 만들어진 담석이 담도를 타고 내려오다 담도와 연결된 췌관을 막기 때문에 발생한다. 이곳이 담석에 의해 막히면 소화효소들이 흘러나가지 못하고 췌장 안으로 역류해 염증을 발생시킬 수 있다.

급성췌장염의 주된 증상은 복통이다. 가벼운 통증에서부터 참을 수 없는 통증까지 다양하게 나타난다. 뭔가가 찌르는듯한 통증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면서 어깨와 가슴, 등 쪽으로 퍼지는 느낌이 드는 것이 특징이다. 열과 함께 구역질과 구토 증상을 동반하기도 하며, 심한 경우 복부 주위 피부에 멍이 생기기도 한다. 과음 후에 이런 급성 췌장염이 생기면 일반적으로 약 6시간 이상 도저히 참을 수 없는 통증이 생겨서 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혈액 검사를 통해 쉽게 진단은 된다.

급성췌장염은 췌장이 붓기는 해도 별다른 합병증 없이 적절한 통증치료와 금식만으로도 대부분 잣 낫는다. 금식을 하면 음식물 섭취에 맞춰 소화효소를 분비해야 하는 췌장이 쉴 수 있고, 그 덕분에 염증도 가라앉는 까닭이다. 물론 금식을 하는 동안에는 탈수 예방을 위해 수액 주사를 맞는 것이 좋다. 아울러 위장도 비우는 것이 조기 치료에 도움이 된다. 통증 완화를 위해서는 진통제 처방이 도움이 된다. 단, 담석증에 의한 급성췌장염일 경우엔 내시경을 집어넣어 담도와 췌관에 있는 담석을 제거하는 시술(ERCP)을 받아야 한다.

한편, 만성췌장염은 장기간 알코올 섭취 등에 의해 췌장조직이 섬유화 현상으로 췌장이 쪼그라든 상태를 말한다. 역시 잦은 음주와 폭음 습관이 발병 원인 중 70~80%를 차지한다. 만성췌장염은 식사 후 혹은 알코올 성분을 다량 섭취했을 때 윗배와 등 부분가 아파온다. 병이 심해지는 것과 비례해 통증이 잦아지고, 술을 안 먹어도 식사를 하면 복통이 있어서 때로는 마약 중독을 일으키기도 한다. 췌액 분비가 나빠지면서 음식물의 소화, 흡수가 잘 안 돼 설사를 하고 체중이 줄어드는 증상을 보인다. 인슐린 분비에 문제가 생겨 당뇨병에 걸리기도 한다. 술을 먹고 나면 항상 심하게 배가 아프거나, 이미 혈당이 높아진 것을 알고 있거나 하면 알코올성 췌장염을 의심하고 병원을 찾아야 한다.

만성췌장염 환자들은 이미 췌장의 소화효소를 분비하는 고유기능이 망가져서 어떤 치료를 해도 정상회복이 어렵다. 다만, 금주만으로 복통을 50%정도 줄일 수 있다. 식사 후 소화제를 복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췌장 건강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금주다. 얼마나 많은 양을 마셔야만 췌장염이 생긴다는 정해진 학설은 없다. 그러나 술을 많이 마시면 마실수록 걸릴 가능성이 많아진다는 것은 확실하다. 가끔 환자들은 몸에 좋은 술은 괜찮지 않느냐고 묻는데, ‘어떤 술은 몸에 안전하다’는 것은 없다. 맛이야 좋고 나쁘고 간에 술에 들어있는 알코올이 췌장 건강에 문제가 된다.
따라서 췌장염 예방을 위해서는 과음이나 폭음을 삼가고 소량의 술이라도 자주 마시지 않도록 하는 등 잘못된 음주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술로 인해 췌장염에 걸렸던 경험이 한 번이라도 있는 사람은 재발 위험이 높은 만큼 아예 술을 끊는 것이 좋다. 또한 커피, 홍차, 향신료 등 자극성 있는 음식은 삼가고 과로와 스트레스도 잘 다스려야 한다.


☞ 민영일 원장은...

우리나라 내시경 역사의 산 증인이다. 전 아산병원 소화기센터장으로 정년 퇴임한 후 현재 비에비스 나무병원 대표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전자 내시경 시술을 처음 시행하고 전파한 의사이자 내시경 관련 다섯개 학회 모두 학회장을 역임한 유일한 의사이다. 서울대 의대 내과 졸업 후 아산병원에서 오랜 교수 생활을 하며 의사들이 뽑은 '위장 질환 관련 베스트 닥터'로도 선정된 바 있다. 특히 환자와의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해 친절한 설명을 해주는 의사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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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일 원장 기자 webmaster@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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