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냐" "아니냐"…추측만 무성|당정개편 어떻게 되나 정치부기자 방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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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부천사건·독립기념관화재사건 등 충격적인 사건이 잇달아 국민을 뒤숭숭하게 하고 실망을 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심기일전이랄까 분위기 일신을 위한 당정개편 설이 분분한데요.
-하지만 개편에 관한 말과 추측은 무성하지만 실체는 여전히 안개 속입니다.
-민정당에서는 그전부터 당정쇄신 얘기가 있었습니다. 정국주도와 대야협상, 앞으로의 선거대세 등을 위한 쇄신요구가 강력히 일어 왔고 당 지도부가 이를 받아들여 뭔가 추진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 관측이었지요. 때문에 이같은 사건들이 잇따르자 이제 개편은 당연하다는 것이 민정당의 분위기입니다.

<관심 끈 노-노 회동>
-많은 의원들은 전국민에게 엄청난 충격을 준 독립기념관화재사건을 당정 전체의 면모일 신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단순한 인사개편이 아니라 이 기회를 통해 민주화의의지도 보이고 정책변화의 단호한 모습을 심어 주자는 것이지요. 그런 귀결로서 개편 폭은 광범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죠.
-그간 조기개편에 소극적이던 인사들까지 화재사건이 나자 적극적으로 개편을 들고 나왔으니 그 강도는 짐작할 만 하지요.
권익현 고문·이한동 전 사무총장·이종찬 전 원내총무 등 이 일부러 당사에 나와 쇄신을 강조했습니다.
결국 민정당내의 일치된 견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노 대표도 이런 분위기를 감안, 차제에 뭔가를 추진해야겠다고 결심했다는 후문입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6일 노신영 국무총리가 고위층과 장시간 만났다는 얘기가 흘러나왔고 7일에는 노 총리와 노 대표가 단독요담을 가짐으로써 당정개편 임박 설까지 나왔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노 총리가 고위층을 만나기 직전인 6일 상오에는 모 장관이『지금이 정부·여당에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모 요인의 말을 전달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정부 쪽 분위기는 다릅니다. 노 총리는 독립기념관 사건직후 주무장관인 문공장관에 대한 인책논의가 일자 그것은 일개장관이 책임질 일이 아니라 총리가 정치도의 적 책임을 질 일이라는 뜻을 비쳤고 그런 심정을 진언했으리라 추측됩니다. 그런데 그런 분위기가 6일 저녁부터는 달라졌습니다.
-아직 때가 아니라는 사인을 받았다는 것이군요.
-그런 것 같습니다. 고위층 면담이후 정부종합청사 내 공기가 달라졌으니까요.
-이원홍 문공장관도 사건직후의 침울한 표정과는 달리 7일부터는 표정이 밝아진 것 같더군요.
-내각이 아닌 정부의 다른 쪽에서도 개편임박 설에 부정적 반응을 보였습니다. 고위층의 인사스타일이 적어도 개각을 통해 사건을 마무리짓지는 않는다는 것이죠.
-사람을 바꾼다고 일이 해결되는 게 아니라는 거군 요.
-일부에서는 아시안게임이 끝날 때까지는 개편이 없을 거라는 분석도 하고 있어요. 더 멀리 정기국회 후로 보는 사람도 있고요.
-그렇다면 시기가 아니냐는 우려가 많습니다.
-여당의원들 사이에는「과격」하다 할 정도의「쇄신대망 론」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노-노 요담 때까지 만 해도 개편을 기대했던 사람들은 요담직후 노 대표가『개편은 성급하다』『지금은 원상복구에 진력할 때다』『내각에서 알아서 할일』등으로 부정론을 펴자 처음에는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다가 실망하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내주에 모종건의>
-당이 기대하던 결과가 안 나왔다는 거군 요.
-일부에서는 내각 쪽에서 취한「방법」에 문제가 있었지 않나 하는 얘기도 하더군요.
-그러나 민정 당으로서는 내주에 모종의 건의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쇄신에 관한 당내의 광범한 여망을 전달하고 지금이 적기라는 판단을 진언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신민당은 이번 화재에 대한책임추궁에 있어 사안자체가 워낙 엄청나 굳이 인책을 요구하지 않더라도 정부·여당이「상식선」에서 알아서 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고, 또 여당 측에서도 이런 사인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김수한 조사단장이 현장에 다녀온 후 문공장관의 파면을 요구했을 때는『무슨 일개장관의 인책이냐』고 코웃음치는 사람이 많았고, 이 총재가 인책신중론을 편 것도 인책필요성을 덜 느낀 게 아니라 정부가 으레 응분의 조치를 취할 테니 좀더 두고보자는 어감이 강했습니다.
-이런 이 총재의 태도에 두 김씨가 못마땅해했다는 거죠. 그래서 곧 8일 확대간부회의를 열도록 버튼을 눌렀다는 얘기입니다.
-두 김씨의 입장에서 보면 이번 사건이 정부·여당에 강력한 충격을 주는 호재로 활용되어야 하는데 이 총재가 지나치게 신중하다는 얘기죠.

<상위선 유회 작전>
-결국 8일 간부회의에서 상도동계의 최형우 부총재, 동교동계의 양순직 부총재가 나서 『정부·여당 내부에까지 개편 론이 나오는 판에 야당이 신중하게 대처하는 것은 논리적·현실적으로 맞지 않다』고 몰아쳐 내각 총 사퇴요구를 당론으로 관철했지요.
-인책 론은 이번 국회상위과정에서 여-야 없이 제기했어요.
-그러나 상위의 진행이나 결과를 보면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화재사건, 부천사건과 같이 국민의 시선이 집중된 엄청난 의제를 다루면서도 진상규명을 하지도 못했고 책임소재를 가려낸 것도 없었어요.
-상위가 열리기 전에「적극대처」「철저 규명」을 다짐했던 민정당은 막상 상위에서는 유회 작전을 쓰는가 하면 시간 끌기로 나가 전혀 언행이 일치하지 않았습니다.
-내무위에서 민정당이 지나간 일(송천영 의원 건)을 문제삼아 하루를 까먹은 것은 전략상 유치했다는 비난이 있었지요.
-법사위에서도 마찬가지였어요.「진상규명」을 하자면서도「진상」에 접근하는 어떤 노력도 보이지 않았고 수사기록제출·증인출석요구 등 야당의 요구를 봉쇄하는데 급급했습니다.
-신민당도 지적돼야 할 점이 많아요. 특히 일부 의원들의「소영웅주의」「한 건 주의」「이중성」은 이제는 불식돼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본질을 파헤치는 노력보다는 그저 한바탕 붙거나 갑자기 결의안을 내 정회를 시키든 가해「한 건하고 보자」는 일부 야당의원들의 행 태는 시정돼야 합니다.
-상위 중에서는 가장 낫다고 하는 법사위를 어렵게 참관한 수녀들이『국회의 토론을 통해 민 의가 대변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다』고 했다는데 신민당의원들은 이 말에 가슴아파 하더군요.

<야선 총 사퇴 요구>
-문제는 사태를 심각하게 보는 민정당이 그렇게 안보는「정부일부」를 어떻게 설득하느냐에 귀착된다고 봅니다.
-당정개편은 여권내부의 판단에 따라 정기국회 전, 혹은 아시안게임 뒤, 아니면 연말 등에도 할 수 있겠으나 현재 우리사회에 팽만한 실망·허탈감·분노·황폐감 등을 생각하면 뭔가 일신조치가 지금 있어야 한다는 게 중론인 것만은 사실입니다.
-내주 초에 대통령기자회견이 있고 고위 당정모임도 예상되는 만큼 좀더 과정을 지켜봅시다. <정리=안희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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