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패션계 "새바람" 양장의 한복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최근 4∼5년 사이에 한국의상패션계에는 양장과 한복 양쪽에서 각기 다른 뚜렷한 변화가 눈에 뛴다. 전통한복의 선과 소재등을 사용한 한복을 닮은 양장옷, 그리고 통치마·긴저고리등 활동성을 살리고 빛깔등에 변화를 준 한복이 그것.
양장계에 불어온 변화는 「고가의류, 디자인 수출」을 위해 패션 디자이너들이 한국적인것에서 디자인 아이디어를 얻기 시작한 후부터.
한복의 변화는 종래의 한복에 활동성을 살리고 시대감각을 넣어 평상복으로 입게 하자는 움직임, 그위에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을 앞두고 유니폼 한복을 제작케된 것이 동기가 되었다고 패션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이러한 양장과 한복의 두드러진 변화를 한눈에 살펴볼수 있었던 것이 지난달 12일 호텔신라에서 열렸던 미국 블루밍데일 백화점 회장단을 위한 패션 쇼.
태평양 산업연구원이 주최한 이날 쇼에서는 한국적인것을 주제로한 패션 디자이너 진태옥·이신우·설윤형씨의 작품과 한복 디자이너 신난숙씨의 작품 총50여벌이 소개되었다.
양장옷들은 대부분 우아하고 여유있는 전통한복의 실루엣을 살린것들. 저고리의 배래와 동정, 바지의 선이 나타났고 전통 한복치마의 여밈과 허리끈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디자인도 눈에 띈다.
세부에 있어서도 전통의상의 매듭과 술을 이용한것, 공그르기등 한복 바느질법으로 만든 것도 있다. 무늬와 빛깔도 완자무늬 단청빛깔등을 현대감각에 맞도록 한 것들이다. 한복의 평면재단법을 응용한 것도 있다.
『한국사람이 만든 옷이란 비록 양장이라도 어쩔수없이 한국냄새가 나게 마련입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감각으로 만든 한국옷이 어떻게 그 옷을 입은 서양인의 국제감각에 맞추고 조화시키느냐입니다』는 것이 이신우씨의 얘기다.
한편 한복에서는 86, 88올림픽 한복류 공급 디자이너로 뽑힌 진난숙·이리자(우리옷협회 회장)·이영희씨등이 한복 현대화작업에 나서고 있다.
대체로 한복에 나타난 변화는 활동성을 넣어 등길이가 종래의 25cm에서 60cm까지로 길어지고 그에따라 앞여밈이 늦어지고 품도 소매통에도 여유가 있어지는 등이다.
치마는 특히 유니폼의 경우 꼬리치마대신 통치마를 만들었고 빛깔배합도 지나친 원색의 색동을 채도를 낮춰 부드러운 파스텔조로 바꾸는등의 변화가 눈에 뛴다. 자수매듭등도 널리 이용된다.
패션 컨설턴트 배천범교수(이화여대·장식미술학)는『고가의류 수출을 위해서 한국적 디자인의 개발은 최우선 과제다』고 단언한다.
그는 이미 70년대초부터 대대적인 국가적 지원을 받아가며 한복을 포함한 동양적소재를 모두 일본적인 것으로 개발, 디자이너「겐조」「미야케」등을 앞세워 세계패션계를 독주하는 일본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한복의 평면재단한 풍성한 선▲완자·창살·꽃등의 고유무늬▲색동단청등 한국적 배색▲금박은박자수 등을 오늘의 국제감각에 맞게 재창조해야 한다고강조한다. <박금옥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