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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보존정책의 전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독립기념관 본관 화재사건이 던져 준 충격은 또 한편으로 우리의 귀중한 문화재들이 정말 안전하게 보존되고 있는가 하는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불교미술품이 많은 우리나라 문화재는 대부분 가연성이 높고 도난이 용이한 목조건물에 보존돼 있다. 2백 점이 넘는 국보만 해도 80%이상이 불교사찰건물 자체거나 그 사찰경내에 보존돼 있는 실정이다.
국보1호인 남대문이 그렇고, 32호인 해인사의 8만 대장경이 그렇듯이 모두 화재나 도난의 무방비상태에 놓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문화재보존에 대해 새삼 우려를 갖게 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문화재에 손상을 주는 것은 자연적인 경우와 인위적인 경우가 있다. 비나 바람·기후 등에 의해 마모·변질·노후 되는 자연적인 손실은 발달된 과학적인 보존기술로 어느 정도 커버할 수가 있다.
그러나 인의 적인 손실은 전화 등 불가피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화재나 도난사고 등 인간의 사소한 실수나 고의로 빚어진다.
이번 독립기념관 화재사건은 귀중한 전시유물의 피해가 없어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지만 최신의 방 재 설비를 한번 써 보지도 못하고 화 마에 휩쓸리게 했다는 점에서 더욱 안타깝다.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은 유명한「다빈치」의『모나리자』를 어떻게 보존·전시하고 있는지, 그 방법까지도 잘 보여주고 있다. 방탄유리로 된 특수진열장에 넣어 경비원을 따로 세워 놓고 있다. 그뿐 아니라 전관을 지켜보는 감시카메라와 적외선 도난경보장치 등 최신시설을 완벽하게 갖추고 화재나 훼손 또는 도난사고를 철저하게 예방하고 있다.
물론 이것은 루브르 만이 아니고 세계의 유수한 미술관·박물관이 모두 이런 시설을 갖추고 있다.
우리는 머지않아 국립중앙박물관의 이전개관과 함께 국립현대미술관의 신축개관을 보게 된다. 또 창경궁도 새롭게 단장하여 공개한다.
가장 많은 문화유산을 간직하고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은 물론, 국립현대미술관도 할론가스에 의한 진화시설 등 화재와 도난사고에 대비한 각종 최신시설을 갖추었다.
그러나 문제는 아무리 좋은 시설을 갖추었다고 해도 이번처럼 비상시에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쓸모가 없기 때문에 평소 관계자들의 교육과 시설점검을 게을리 해서는 안될 것이다.
더구나 오래된 목조건물에 보관된 많은 문화재에 대해서도 그 보존상태를 다시 한번 점검하고 보존방법을 새로이 강구해야 할 것이다.
우리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일본의 경우는 문화재를 보존한 옛 목조건물 주위에 소방호스를 설치, 화재에 대비한다고 한다.
문화재는 한번 손상되면 다시는 재생산이 불가능한 유한한 것이다. 따라서 문화재의 보존에는 어떠한 경제적 부담과 노력과 희생이 따르더라도 완벽을 기해야 한다.
특히 막대한 예산을 전시공간의 신축, 확장 등 외형적인 것에만 집중 투입할 것이 아니라 그 보존과 관리·연구에는 물론 전문인력양성에도 더 많이 투자해야 할 것이다.
그뿐 아니라 개인소유의 문화재에 대해서도 그 보존에 일정한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보다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이번 독립기념관 화재를 타산지석 삼아 문화재 보존정책에 일대 전기를 마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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