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NG] 여고생 6명이 움집을 지은 까닭은

TONG

입력

업데이트

by 고혜림·서유진·이예지·임소희

역사 교과서를 펴면 가장 먼저 우리를 반기는 선사시대의 삶을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유일여고 역사자율동아리 '사과'는 아주 특별한 활동을 했다. 신석기 시대부터 청동기 시대, 철기 시대까지 선사시대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 되었던 움집을 만든 것이다. TONG청소년기자단 유일여고지부가 ‘2016년 판 움집‘ 제작 현장에 찾아간 뒤 동아리 기장 하늘새롬 학생과 이민선 부원을 인터뷰했다.

유일여고 역사자율동아리

유일여고 역사자율동아리 '사과' 기장 하늘새롬 학생

-동아리 ‘사과’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역사라는 나무에서 열매를 얻자는 의미로, 역사에 흥미와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 모여 혼자서는 도전하기 힘든 활동을 기획하고 실천하는 동아리입니다.”

-움집을 만들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요.
“동아리에서 처음 정한 주제는 선사시대의 주거문화탐구예요. 역사 첫 페이지가 구석기·신석기 단원인데, 저희는 가볍게 시대별 유물을 외우는 것으로 시험을 보고 말잖아요. 하지만 선사시대는 역사시대로 가는 발판이고 역사 교과서의 시작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글자로 남겨지지 않은 그 시대를 가늠하게 해주는 유적지, 유물을 조사하고 선사시대 사람들의 의식주 문화탐구활동을 계획했죠.”

-움집 제작을 어떻게 준비했나요.
“처음에는 선사시대 유적지와 유물이 정리된 책들을 조사했어요. 그중 가장 도움을 많이 받은 것은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출간한 『신 한국사』예요. 다음으로 서울 암사동 선사유적지를 탐방했어요. 실제로 움집이 어떻게 지어졌는지 보고 모양이나 재료 등을 찾는데 굉장한 도움을 받았죠.”

움집 제작에 사용된 재료들.

움집 제작에 사용된 재료들.

-재료 구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요. 비용은 어느 정도 들었나요.
“사실 재료는 단순한 편이었어요. 나무·볏짚·새끼줄만 있으면 만들 수 있거든요. 총비용은 약 20만 원 정도 들었고, 대부분 기둥에 쓰이는 나무와 볏짚을 사는 데 썼어요. 재료비가 너무 비싸서 건축 일을 하시는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나무를 도매가로 샀고, 삽이나 톱 같은 도구들은 공짜로 빌렸어요.”

-움집 만들 장소도 문제였을 것 같은데.
"기장의 부모님이 어린이집을 하시는데, 그 옆에 채소를 기르던 자율학습장이 있었어요. 움집을 제대로 만들어서 아이들이 그곳에서 체험할 수 있게 한다면 그 자리에 만들어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어요. 저희가 완성한 움집은 어린이집 아이들의 체험장으로 쓰일 예정이에요."

움집 제작 전 수풀이 무성한 공터의 모습. [사진제공=사과]

움집 제작 전 수풀이 무성한 공터의 모습. [사진제공=사과]

움집 제작을 위해 터를 다지는 학생들. [사진제공=사과]

움집 제작을 위해 터를 다지는 학생들. [사진제공=사과]

뼈대 세우기.

뼈대 세우기.

볏짚 얹기.

볏짚 얹기.

밤늦게까지 움집을 만드는 학생들.

밤늦게까지 움집을 만드는 학생들.

-움집은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었나요.
“우선 땅을 판 후에 1차로 지지해 줄 기둥 4개를 박았어요. 그런 다음에 동그란 움집터를 따라 뼈대를 세우고 그것들을 이은 후에 사이사이 공간은 나무로 엮었어요. 그 위에 볏짚을 얹어서 뼈대에 고정시키고, 까치집(연기가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하는 구멍)을 만들어 볏짚을 얹으면 끝이에요. 말로 하니깐 뭔가 금방 끝난 것 같은데, 사실 정말 오래 걸렸어요.(웃음)”

-움집 제작 현장에서의 에피소드가 궁금해요.
"아무래도 너무 덥고 힘들다 보니 일을 할 때마다 노래를 틀었어요. 선조들이 왜 일을 하면서 노동요를 불렀는지 알 것 같더라고요. (웃음)"

-움집을 완성하기까지 얼마나 걸렸나요.
"움집을 만든 전체 기간은 여름방학 총 1달이었어요. 움집을 만드는 총인원이 6명인데, 한 번 모였을 때 3~4시간씩 만들었어요. 한여름이라서 늘 저녁에 모였고요."

-완성 후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전문적으로 건축을 배워서 만든 움집이 아니라 부족한 점이 많았어요. 처음에 박은 기둥은 너무 흔들렸고요. 그래서 기둥은 깊이 파서 박아야 한다는 걸 배웠어요. 그리고 볏짚 군데군데 빈 공간이 생긴 것도 아쉬워요."

유일여고 역사자율동아리 사과 부원 이민선 학생.

유일여고 역사자율동아리 사과 부원 이민선 학생.

-움집을 제작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일단 움집이 보기에는 되게 간단하게 생겨서 만들기 쉬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섬세한 작업을 요구하더라고요. 그리고 선사시대 사람들이 집을 어떻게 지었는지 알게 되어서 굉장히 뜻 깊은 시간이었어요.”

나무를 엮어 움집의 기둥을 세우고 있다.

나무를 엮어 움집의 기둥을 세우고 있다.

-집을 만들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요.
“나무 기둥과 기둥을 엮었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다른 일도 많았는데, 이상하게 이 일이 저한테 너무 잘 맞아서 재미있게 일했던 것 같아요. 또, 하루 일이 끝나면 다같이 저녁을 먹기도 했는데 일을 한 후에 먹어서인지 굉장히 맛있게 느껴졌어요.”

-혹시 움집을 다시 만들 기회가 생긴다면.
“만약 모기가 없고 덥지 않다면 생각해 볼 것 같아요. 한창 움집을 만들던 때가 폭염에 모기가 정말 많아서 고생했거든요.”

학생들이 직접 꼰 새끼줄로 엮은 볏짚.

학생들이 직접 꼰 새끼줄로 엮은 볏짚.

‘사과‘의 이번 체험 활동은 개인적으로 하기 힘든 활동을 부원들과 함께 하는 ’자율동아리‘의 기본 취지에 가장 걸맞는 창의적 활동의 예가 아닐까. 역사를 시험과 입시만을 위한 학술적인 단순 암기가 아닌, 흥미와 탐구의 대상으로 인식한 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글=고혜림·서유진·이예지·임소희, 사진=임소희(유일여고 2) TONG청소년기자

[추천 기사]
SNS 달군 여고좀비 ‘여고행’ 영상 “제작비 단돈 4만원”
http://tong.joins.com/archives/31628


▶10대가 만드는 뉴스채널 TONG 바로가기 tong.joins.com

Copyright by JoongAng Ilbo Co., Ltd. All Rights Reserved. RSS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