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대학살』 「도르프」역 성우 김도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그따위 허술한 총살로 「히물러」각하를 실망시키다니… 대령! 그 살찐 궁둥이를 우크라이나로 돌리시오!』
『우리 아파트가 폭격을 맞았다는군요… 오! 그 이쁜 피아노도 망가졌대요』
지난주 막을 내린 KBS 제1TV의 미니시리즈 『홀러코스트』는 한 평범하고 선량한 인간이 얼마나 쉽사리 악마로 변할수 있는지를 보여준 충격의 드라머였다.
이 드라머의 주인공 「에릭·도르프」소령의 우리말 음성을 들려준 성우 김도현씨(36)는 실제 연기자인 「마이클·모리아티」(이 작품으로 78년 미에미상 남우주연상수상)의 허스키한 음성에 비해 훨씬 「도르프」의 성격을 잘 표현해냈다는 찬사를 받았다.
극중 「도르프」소령은 가난한 빵집 아들로 태어난 출세욕의 화신인데 타고난 지혜와 논리를 나치의 유대인 학살 등 악의 편에 사용하면서도 끝없이 괴로워하는 겁많은 엘리트다.
『뭐랄까… 선량한 백치인 동시에 천재적 악마랄까요? 이처럼 모호한 역할은 성우생활 16년만에 처음이었어요.』 그래서 「도르프」소령의 초점잃은 눈빛, 파리하고 핼쑥한 얼굴, 싸늘하고 소심한 성격에 맞는 목소리를 궁리하기 시작했다. 결국 「부드러운 미성」을 버리고 성대를 극도로 압축시켜 감정이 없는 가느다란 목소리를 만들어 봤다는 것. 『이토록 화제가 될줄은 몰랐읍니다』 방송가에선 이를 두고 「콜롬보」목소리(최응찬)이후 최대의 「창작품」이라고 평한다.
경기도 의정부생 본명 김상복. 소년기에 당시 최고의 성우 이창환씨에게 매료, 70년 TBC성우 6기로 입사해 꿈을 이뤘다 <기형도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