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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의 괴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백두산 천지에 정체를 알 수 없는 괴수가 살고 있다는 얘기가 또 심심찮은 화제로 등장했다.
대부분의 전설적인 괴수가 그렇듯이 천지의 괴물도 시대와 목격자에 따라 그 모습이 다르다.
이번에 목격한 사람들의 말을 종합하면 천지의 괴물은 몸통이 황소만 하고 머리모양은 바다표범 비슷하며, 흰색의 배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온통 검은 털로 덮여 있었다.
또 이 괴물은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아 목격자들이 돌을 던지자 그 앞으로 다가왔다가 물밑으로 잠수해 버렸다는 것이다.
이 천지의 괴물은 80년 가을에도 화제가 된 일이 있었다. 그때 본 사람들은『오리 같은 주둥이와 물소처럼 생긴 머리에 몸통은 소보다 크고, 울퉁불퉁한 등에는 매끄러운 털이 덮여 있었다』고 했다.
이런 얘기가 처음 나온 것은 1백년 전. 당시 청나라의 사냥꾼들이『천지에서 커다란 황금빛 괴물이 떠오르는 것을 봤다』고 주장한데서 비롯되었다.
이들은 이 괴물이 머리에 뿔을 달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 전설 속의「용」이 틀림없다고도 했다.
천지의 괴물을 봤다는 사람은 현재까지 5백여 명에 이른다.
북경과학원 전문가들은 천지 괴물이 영국의 네스호 괴물이나 최근 티베트 웬부호에서 목격된 괴물과 연관지어 비슷한 종류가 아닌가 추측한다. 이들은 백두산에 조사단을 파견했지만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네스호의 괴물「네시」는 76년 미국 뉴욕타임스지가 각종 최신 장비를 동원, 과학적인 탐사작업을 벌인 끝에 호수 속에 침몰된 선박이나 비행기의 잔해가 가끔씩 떠오르는 것으로 대충 결론을 내렸다.
그렇다면「천지 괴물」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북경 발 외신보도에 따른 괴물의 모습을 기초로 억측해 본다면 이 동물은 중생대의「오리주둥이 공룡」(Duke-billed Trachodon)과 비슷하다고 국내 고생물학자들은 말한다.
그러나 약2백50만년 전에 생성된 백두산에 6천5백 만년 전에 멸종된 중생대의 공룡이 서식한다는 것은 말도 안되고 실사 그런 동물이 존재한다고 해도 수온이 낮은 천지에는 그만한 먹이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가능한 추측은 육지에 사는 포유동물이 먹이를 찾기 위해서, 또는 추위나 더위를 피해 물 속에 들어갔을 경우도 상상할 수 있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천지 괴물의 목격자가 북한에는 한사람도 나타나지 않은 것을 보면 중공이 백두산의 영유권과 관련하여 하나의 드라마를 조작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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