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담회장의 동문서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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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난5월 축제때 저는 제 아이를 찾으러 도서관 농성장에 들어갔던 적이 있습니다. 자민투니 민민투니 하는 단체의 아이들이 토론을 하는 것을 지켜보았고 그들과 얘기도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직접 얘기해보니 사회일각에서 보는 것처럼 그렇게 용공화되어 있지는 않았습니다. 학생들의 관심은 민족문제인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학교에서는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최근 신문지상을 통해 교수들에게 반성문을 쓰게 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우리 자식들을 맡긴 교수들에게 어떻게 반성문을 쓰게 할 수 있습니까. 반성문을 요구한 배경과 학교측의 입장을 설명해주십시오』(일제히 학부모들의 박수) .
『시위사태를 처리하는 학교측의 태도를 보면 발등에 떨어진 사태의 불똥만 끄려고 급급한 느낌인데 학교는 학생지도에, 특히 교육적인 입장에서 여유를 갖고 부드럽게 임해 주십시오.』
학부모들의 질문이 끝났다. 박봉식 총장이 답변에 나섰다.『어떤 학부모께서 도서관 농성장 말씀을 하셨는데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도서관은 공부하는 곳이지 농성하는 곳은 아닙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교수가 학생지도에 열중하고 있으니 그리 알아주십시오.』
『학원사태를 부드럽게 처리해달라고 하신 학부모님께 제가 여쭤보겠습니다. 어떻게 하는 것이 부드러운 것입니까. 방법을 제게 좀 가르쳐 주십시오.』
『마지막으로 한가지 명백히 하고 싶은 것은 대학은 학문하는 곳이라는 점입니다.』
총장의 답변은 학부모들의 질문과는 빗나가고 있었다. 학부모들의 질문과 당부에 대한 응답이 아니라 학교측의 일방적인 입장설명과 당부.
28일 하오5시 서울대 경인지역 학부모간담회가 끝났다. 간담회장인 문화관대강당을 빠져나가는 2천여 학부모들은, 그러나 간담회로 의구와 불안이 풀리기는커녕 더욱 깊어진 것만 같은 무거운 표정이었다. <박의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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