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를 막는 사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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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성명서를 빼앗았으면 됐지 예배까지 막는 이유가 뭔가』
『우리는 지시에 따를 뿐입니다. 우리도 살아야되지요.』
『자 우리 머리부터 들이밀고 뚫고 들어갑시다.-』
19일 명성성당 성고문폭로대회가 무산된지 8일만에 열린 27일의 대한성공회대성당 「성고문 규탄기도회」입장식(?)도 경찰과 신민의원·시민들의 밀고 당기는 몸싸움으로 시작됐다.
기도회 예정시간을 5분앞둔 하오1시55분쯤 20여분간의 실랑이 끝에 50여명의 전경대원들의 장벽을 뚫고 성당으로 들어가 오전 미사부터 들어와 있던 청년신도들과 합세했으나 이미 새벽 성명서를 몽땅 털리고 「사건진상 폭로」를 맡은 연사들이 끝내 입장을 못해 기도회는 맥없이 끝났다.
같은 시간 동대문경찰서 청사앞.
『폭력경찰의 과잉집단으로 대회가 무산한 것을 규탄한다.』 성공회입장을 저지당한 뒤 항의농성을 벌이다 강제연행된 신민의원 부인등 30여명이 즉석성명을 냈다.
연행과정에서 비틀려 퍼렇게 멍든 팔도 부인들은 내보였다.
하오4시10분쯤 새문안교회 마당.
기독교연합·기독교노동자연합등 자연합등 소속 청년신도 2백여명이 기어이 이날의 「성고문 규탄성명서」을 낭독했다.
검찰의 수사 결과가 발표된지 10여일.
수사결과를 납득못하겠다는 일부 종교·재야·학생·여성단체들이 잇단 반발과 그에 맞선 경찰의 강경진압. 변덕장마 만큼이나 심상치않던 난기류의 일요풍경이었다.

<김석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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