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열려라 공부] 영어 성적 ‘A·A·1·2’이면 소신 지원 그보다 낮을 땐 학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1면

막오른 외고·국제고 입시
기사 이미지

내달 31일부터 원서 접수, 7200명 선발
이공계 선호 현상으로 경쟁률 하락세
자소서에 성장 가능성·잠재력 보여줘야

다음달 31일 인천 지역 외국어고·국제고를 시작으로 2017학년도 외고·국제고 입학 전형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경기권 외고·국제고는 11월 10일부터, 서울 지역은 18일부터 원서를 접수한다. 전국 31개 외고가 총 6152명, 7개 국제고가 1048명을 선발한다. 대학 입시에서 이공계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인문계열 최상위권이 몰리는 외고의 경쟁률은 다소 하락하는 추세다. 서울권 6개 외고의 평균 경쟁률은 일반전형 기준으로 2015학년도 2.51대 1에서 지난해엔 2.11대 1로, 경기권은 같은 기간 3.04대 1에서 2.39대 1로 떨어졌다. 입시 전문가들은 “외고는 올해도 경쟁률이 소폭 하락하면서 합격선도 함께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전국 외고·국제고 경쟁률은 하락 추세다. 실제 지난해 전국 31개 외고 중 강원·청주외고를 제외한 29개 외고의 경쟁률이 일제히 하락했다. 국제고도 청심국제고를 제외한 6개교의 경쟁률이 떨어졌다.

외고·국제고의 경쟁률 하락은 대입 수험생 사이에 이공계 선호 현상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최상위권 학생들이 이공계열 진학 준비가 용이한 영재학교·과학고·자사고로 몰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영재학교는 18.1대 1, 과학고는 3.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외고·국제고와 대비된 모습을 보였다. 전국 단위 모집 자사고의 평균 경쟁률은 2.65대 1에서 2.66대 1로, 지역 단위 자사고는 1.45대 1에서 1.59대 1로 상승했다. 김창식 엠베스트 입시전략수석연구원은 “대입에서 학생부 종합전형이 대세가 되면서 외고·국제고 대신 일반고에 진학해 내신을 잘 받겠다는 학생도 늘었다. 올해도 외고·국제고의 경쟁률은 소폭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고·국제고 모두 자기주도학습 전형을 실시한다. 자기주도학습 전형은 1단계에서 중학교 2·3학년 영어 내신 성적(160점 만점)으로 1.5~2배수를 선발한다. 2단계에서 1단계 성적에 서류 평가(학생부·자기소개서)와 면접 점수 40점을 합해 총점 200점 만점으로 최종 합격생을 가른다.

영어 내신은 2·3학년 4개 학기를 각각 40점씩 반영한다. 2학년 성적은 90점 이상이면 A, 80점 이상이면 B를 주는 성취평가제(절대평가)를 활용한다. A는 40점, B는 36점이다. 3학년은 상위 4%까지 1등급을 주는 석차 9등급제(상대평가) 성적이다. 1등급은 40점, 2등급은 38.4점, 3등급은 35.6점으로 등급이 떨어질수록 점수차가 크다. 이렇게 4개 학기 영어 성적을 합해 1단계 통과를 결정짓는다.

첫째 관문은 1단계 통과 여부다. 교육업체 종로학원하늘교육이 지난해 서울권 외고(대원·대일·명덕·서울·이화·한영외고)의 일반전형 1단계 통과자 표본(315명, 전체 1단계 통과자 수는 1700여 명)을 분석한 결과 1단계 통과 평균 점수는 학교별로 156.7점에서 159.6점으로 조사됐다. 대일외고가 159.6점으로 가장 높았고, 대원외고는 159.5점, 명덕외고는 158.8점으로 집계됐다. 경기권 외고(고양·과천·김포·경기·동두천·성남·수원·안양외고)도 이와 비슷하다. 수원외고 일반전형 1단계 통과자 평균이 159.3점으로 가장 높았고, 고양외고가 156.7점으로 낮았다.

눈에 띄는 변화는 외고의 1단계 통과 최저 점수다. 서울권 외고는 1단계 통과 최저 점수가 각 학교별로 154점에서 158.4점까지 분포를 보였고, 경기권 외고는 154점에서 156.8점으로 나타났다. 영어 내신 합산 성적이 154점이면 2학년 내신은 두 학기 모두 A를, 3학년은 2등급 한 개와 3등급 한개를 받았을 때 점수다.

일부 외고에서 중학교 영어 내신 2·3학년 성적이 ‘A·A·2·3’을 받은 학생도 1단계를 통과했다는 것이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전통적으로 합격선이 높게 형성되는 영어·중국어과는 올해도 ‘A·A·1·2’를 1단계 통과 안정권으로 봐야 한다. 하지만 그 외 학과는 전체적으로 경쟁률이 하락하면서 합격선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쟁률이 낮은 학과는 중학교 영어 내신이 ‘A·A·2·3’인 학생도 지원해 볼 만하다”고 전망했다.

반면 수험생 선호도가 높은 서울국제고·청심국제고를 지원할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청심국제고는 일반전형 경쟁률이 2015학년도 1.29대 1에서 지난해 1.67대 1로 상승했고, 서울국제고는 2.6대 1에서 2.57대 1로 소폭 하락에 그쳤다. 임 대표는 “서울국제고는 아직 학생들의 선호도가 높다. 중학교 영어 내신이 ‘A·A·1·2’는 돼야 1단계를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외고는 학교 전체 경쟁률보다 학과별 경쟁률이 더 중요하다. 외고는 영어·중국어·독일어·프랑스어·스페인어와 같이 학과별로 지원하게 돼있고, 국제고는 학과 구분이 없다. 김창식 수석연구원은 “중학교 영어 성적이 ‘A·A·1·2’ 이내 일 때는 원하는 학교·학과에 소신지원을, 그보다 낮을 때는 학과별 경쟁률을 따져 전략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해 서울권 외고의 학과별 경쟁률은 러시아어·일본어·독일어·프랑스어과가 영어과보다 높았다. 명덕외고 러시아어과 일반전형 경쟁률은 3.55대 1로 서울 6개 외고 모든 학과 중에서 가장 높았다. 그 다음으로 대일외고 러시아어과(3.5대 1), 명덕외고 일본어과(2.8대 1), 한영외고 독일어과(2.55대 1), 명덕외고 독일어과(2.53대 1) 순으로 높았다. 영어과는 명덕외고가 2.43대 1로 가장 높았다. 영어 내신 성적이 조금 부족한 학생들이 합격선이 높은 영어과를 피해 다른 학과로 몰렸기 때문이다. 김 연구원은 “외고는 원서 접수 기간 2~3시간 간격으로 학과별 경쟁률을 실시간으로 공개한다. 마지막까지 학과별 경쟁률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귀띔했다.

영어 내신으로 1.5~2배수를 걸러는 1단계를 통과하면 2단계는 서류평가(학생부·자기소개서)와 면접이다. 서류평가와 면접이 최종 당락에 미치는 영향력은 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김영민 명덕외고 입학홍보부장은 “1단계를 통과하면 당락은 면접에서 결정된다. 영어 내신이 160점 만점인 학생이 면접에서 떨어지기도 하고, 반대로 1단계를 꼴찌로 통과한 학생이 면접에서 점수차를 극복하고 합격하는 사례도 많다”고 설명했다.

면접은 자소서와 학생부에 기초한다. 10분 내외의 시간 동안 5~6개의 질문을 통해 자기주도학습 과정과 지원동기·학업계획, 인성·사회성을 평가한다. 이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자기주도학습 과정이다. 외고·국제고는 입학 전형 과정에서 영어 성적 외의 다른 과목 성적, 수업 중 활동이 담기는 학생부의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등을 살펴볼 수 없다. 이 때문에 자소서에 기술된 자기주도학습 과정과 면접만으로 지원자의 학업역량을 평가한다. 김 부장은 “외고에 지원한다고 자소서에 꼭 영어나 제2외국어 관련 활동을 쓸 필요는 없다. 교과 구분 없이 관심 분야를 깊이 있게 파고든 과정과 배우고 느낀 점을 구체적으로 기술해달라”고 당부했다.

핵심은 성장 가능성과 잠재력이다. 활동 전후 비교를 통해 본인의 성장 과정을 보여줘야 한다. 이때 ‘○○과목에서 몇 점을 받았다’라는 식으로 결과만을 앞세우는 서술은 곤란하다. 정수진 대일외고 입학관리부장은 “교내외 수상실적과 토익·토플과 같은 인증시험점수는 물론 국어·영어·수학과 같은 교과 점수와 성취도를 자소서에 기재하는 것도 0점 처리 대상이다”고 주의를 줬다.

자기주도학습 과정은 지원동기·학업계획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것이 좋다. 김 부장은 “왜 굳이 외고여야 하는지 그 이유를 스스로에게 되물어보라”고 권했다. 자신의 꿈과 관련해 앞으로 어떤 능력과 소양을 기를 것인지, 그리고 그 과정에 외고가 왜 필요한지를 진지하게 고민해보라는 것이다. 임 대표는 “지원하는 학교에서 제공하는 교내 프로그램에 대해 상세하게 알아보고 학교에 입학 후 해당 프로그램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학업계획을 설득력있게 보여주면 긍정적인 인상을 남길 수 있다”고 충고했다.

정현진 기자 jeong.hyeonj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