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자치제 실시의 당위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최근 지방 자치제 논의와 함께 교육 자치 문제도 활발히 거론되고 있다. 대한교련 주최로 23일 열린 교육 자치제에 대한 세미나는 이 문제에 대한 교육계의 관심이 얼마나 지대한가를 나타내 보였다.
우리 헌법이나 교육법은 제정 당시부터 교육 자치제의 기본 원리를 명문화했고, 그 정신은 중앙과 지방을 막론, 보다 광범하게 교육의 자주성을 보장할 수 있는 기구와 시책을 마련하는데 있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우리의 교육 자치는 허울만의 자치였을 뿐 한마디로 비전문적인 관치 행정이었음은 누구도 부인 못할 사실이다.
따지고 보면 일부 교사들에 의한 「교육 민주화 선언」도 오랫동안 계속되어온 관주도의 일방 통행식 교육 정책에 대한 교육 일선의 반발 내지 항의에서 나온 것임은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
더우기 87년 상반기에 지자제를 실시한다는 정부 방침이 명백해진 이상 교육 자치 논의가 대두된 것은 당연한 일이고 그것은 또 이 사회의 전반적 민주화 요청과 맥락을 같이 하는 것이다.
지자제의 경우처럼 교육 자치제를 전면 실시할 경우 과연 교육의 효율성을 제고시킬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그러나 민주화·전문화·개방화 등이 인간의 개인적·집단적 반재 능력을 신장시킴으로써 사회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의 견해는 일치되고 있다.
이제 우리 국민의 의식 수준이나 교육 정도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을 뿐 아니라 그 같은 자치 능력을 부추기는 것이 시대적 명제인 민주화를 달성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인식이다.
교육 자치제 실시의 당위성은 이처럼 누구도 이논을 달수 없는 대세의 하나가 되었지만 그 방법이나 여건 조성 등에는 아직 장애와 난점들이 많다.
기왕 실행을 하는 바에는 시·군 단위까지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일부 논의는 있다. 그러나 우리의 실정에 비추어 시·군 단위 실시는 아직은 이상론에 치우친 인상이다.
어차피 교육 자치제 논의는 지자제 문제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고 특히 재정 확보가 문제의 핵심이라고 볼 때 전반적인 세제 개혁과도 무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세미나에서는 교육 재정 확보 방안으로 지방 정부로부터의 교육비 전입금 확대, 교육세의 연한 확대와 과세 대상 확대, 교육 공채 발행, 기부금 및 교육 성금의 유치 등이 제시되었다.
물론 교육 자치제의 목적이 교육의 질 향상에 있는 한 2세 교육에 쓰일 교육비 부담은 국민 모두가 당연히 감내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논리가 성립 될 수는 있다.
그러나 우리의 실정은 미국이나 서독 등 선진국에서처럼 지역간의 균등한 발전이 이룩되지 못하고 있다.
현재 군에서 나오는 지방세를 갖고 자체 경상비로 충당할 수 있는 곳은 전국 1백39개군 가운데 11개 군에 불과한 것이 우리 현실이다.
재정 형편이 이처럼 취약한 곳에서 교육 자치제를 충실히 실시할 수는 없는 일이고 설혹 강행한다고 해도 교육의 질적 향상을 기할 수 없다는 것은 명백하다.
교육 자치제에 대한 논의는 이제 첫걸음을 내디뎠을 뿐이다. 물론 우리의 실정에 맞는 제도를 찾아내는 일이 급선무겠지만, 이를 위해서는 외국의 사례에 대한 광범한 조사·연구도 선행되어야 한다.
궁극적으로 교육 자치제는 교육의 질 향상을 통해 이 나라의 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권한을 뺏기는 쪽이라고 해서 수수방관하거나 강 건너 불구경하는 자세를 취할 일은 아니다. 교련을 비롯한 교육 단체의 자주적 노력과 함께 문교 당국의 적극적인 뒷받침으로 우리 실정에 맞는 제도가 하루 속히 마련되기를 바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