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본고장에 구옥희 선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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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국의 구옥희(30)프로가 골프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코리아선풍을 일으키고 있다.
구옥희가 미국에서 최근 크게 각광을 받게된 것은 프로데뷔가 무척 까다로운 미국LPGA(여자프로골프협회)에서 올해 처음으로 등장, 기라성 같은 기존 프로들을 제치면서 올 통산상금랭킹에서 당당히 상위랭커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구옥희는 21일 끝난 보스턴 파이브클래식대회에서 세계 톱 랭커인 「패트·브래들리」와 함께 당당히 3위를 기록, 1만6천5백 달러를 획득함으로써 올 통산 상금 7만2천9백74달러로 21위로 부상했다.
특히 구옥희가 이 대회 1, 2라운드에서 선두를 질주하자 현지 언론들은 『동양의 신데렐라, LPGA에 혜성처럼 나타나다』라는 제목으로 대서특필하기도 했다. 현지언론들은 『미국 진출 첫해에 현지코스에 바로 적응, 이 정도의 성적을 올리기는 힘든 일』이라고 지적하고 그의 강한 정신력과 좀처럼 무너질 줄 모르는 끈기에 감탄을 나타내면서 퍼팅만 좀더 다듬으면 금년 안에 10만달러 돌파를 기대할 수 있다고 내다보고있다.
일본프로무대 데뷔 3년만에 상금 1억5천만 원을 벌여들여 톱 랭커(3위)로 부상했던 구옥희는 지난해 10월 미국프로테스트에 합격, 동양여성 골퍼로는 일본의 「오카모토」에 이어 두번째로 미국에 진출했었다.
구옥희는 LPGA개막전인 마쓰다클래식(1월23∼26일)에서 70위에 처졌으나 6월 들어 쾌조를 거듭, 맥도널드대회에서 4위를 차지했고 8위 두 차례, 11, 14위 등 계속 상위권을 맴돌았고 9번째 출전한 이번 대회에서 최고의 성적을 거두었다.
구옥희는 1m63cm·62kg의 다부진 체격. 미국선수에 비해 체격·체력의 열세로 마지막라운드에 들어 흔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남자선수를 연상케 하는 호쾌한 드라이브셧과 차츰 안정되어 가는 퍼팅으로 언더파를 계속 기록, 곧 잘 이글을 뽑아내곤 한다.
구옥희는 대회가 끝난 후 『올해는 미국코스를 익히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는데 3라운드에서 어이없는 실수로 아깝게 놓쳤다. 아직도 라운드마다 기복이 심하고 셧이 안정이 안되어 있는데 이를 극복하면 2∼3년 안에 정상권에 진입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당면 목표는 일본의 「오카모토」를 따라 잡는 것. 「오카모토」는 현재 상금10만2천5백80달러로 14위를 마크하고 있다. <임병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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