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헌절특집 외국헌법 소개에만 그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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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제38회 제헌절을 맞아 지난주 양TV는 헌법을 주제로 한 몇 편의 특집을 방영했다. 특별히 올해 제헌절은 민주화라는 시대적 과제를 풀어나가기 위한 9번째의 개헌을 앞둔 시점이어서 예년과는 달리 뜻깊은 날이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양TV의 올해 제헌절 특집은 오랜만에 우리 헌정제도의 현주소를 분석해줄 수 있는 호재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양TV 모두 약속이나 한 듯이 해외특파원을 연결해 외국의 헌법을 소개하는 수준에 그쳐버렸다.
KBS제1TV가 17일 밤 방영한『헌법연구』는 남의 나라 헌법이라든가 개헌의 전제가 되는 법 정신에 대해서만 언급했을 뿐 정작 시청자들이 궁금해하는 「지금 논의되고 있는 우리 헌법」은 조심스럽게 피해 가는 인상이었다.
예컨대 8차례 개헌을 통해 본 우리 나라 현대사의 재조명이라든가 현재 여야가 주장하고 있는 내각책임제·직선제에 대한 소개 등 시청자들이 알고 싶어하는 대목이 모두 빠진 것이다.
이같은 점은 MBC-TV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는데, 17일밤 방영된『헌법, 선진국은 어떤가』는 KBS의『헌법 연구』앞부분의 복사판에 불과했으며 18일 밤의『금요특별기획-민주사회로 가는 길』역시『카메라 출동』몇 편을 묶어본 것 이상의 시의성이 없는 프로그램이었다.
따라서 살아있는 헌법논의를 위해서는 각계의 허심탄회한 의견을 개진하는 공청회나 토론프로 등이 훨씬 바람직하지 않았을까 하는 느낌이다. <기형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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