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의 결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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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 하원의 「존·딘겔」의원이 지난 15일 「와인버거」 국방장관에게 보낸 서한이 있었다. 켈리 공군기지의 폐기집하장에서 정비, 선적한 F-15와 F-16기의 엔진 날개 판 중 30%가 결함이라는 사실이 지적되었다.
그냥 결함도 아니고 「치명적 결함」이다. 낱개 판이 떨어져 엔진에 들어가면 하늘의 용사도 견딜 재간이 없다.
미국 등 자유세계 11개국이 그 기종을 사용한다. 성능을 자랑하는 최정예 전투기가 그런 결함을 가졌다니 놀랍기만 하다.
항공기의 결함은 어느 경우든 치명적이다. 하늘에서 고쳐 쓸 수도 없고, 다른 것으로 대치할 여지도 없기 때문이다. 완벽성은 그래서 요구된다.
지난 11일엔 미 공군의 F-19 스텔드 전투기가 캘리포니아에서 추락했다.
「보이지 않는 비행기」 라는 별명이 붙은 이 비행기는 제작비용이 5천만 달러(4백50억 원) 나 됐지만 추락 사고로 실망을 몰고 왔다.
작년 8월엔 일본항공의 보잉 747기가 추락해 5백20명의 생명을 뺏은 사건도 있었다.
그때 사고 원인은 후부 압력격벽의 피로현상 때문이었다.
금속 피로증(metal fatigue)은 하중을 견디지 못해 일으키는 금속의 쇠약 현상이다.
그 때문에 보잉사는 점보기의 대폭적인 설계개선 계획을 세웠다.
후부 압력격벽에 대해서는 전체를 지탱하는 원형의 스트랩(띠눈)을 현재의 4개에서 6개로 늘리고, 중심부와 하부의 APU(보조동력장치) 덕트를 보강한다는 것.
그 외에도 유압 계통에 긴급시용 차단판을 다는 것, 균열이 발견되는 기수부를 강화하는 것도 들어 있다.
비행기 머리부분의 균열은 지금까지의 점검 결과 「섹션 41」부분에 대당 평균 80개 소가 발견되고 있다.
항공기의 점검 강화와 설계 변경은 물론 필요한 것이지만 도저히 쓸 수 없는 비행기는 아예 폐기하는 편이 낫다.
일본항공은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앞으로 4∼5연내에 노후 보잉 747AR여객기 5대를 퇴역시키기로 결정했다.
항공기의 결함은 어디나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오래 써서 결함 위험이 큰 비행기를 사들이지 않는 것은 상거래의 지혜다.
또 이스라엘이나 남아, 대만, 중공처럼 자국기술로 신 형기를 개발하는 노력도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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