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물 그냥 마셔도 된다|가정에서 주의할 점을 전문가들에게 알아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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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서울 시내 및 근교의 등산로는 흔히 「약수」 라 불리는 샘물을 떠가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각 가정에「생수」를 배달하는 「물장사」 가 나날이 성업을 이루면서 『과연 수도 물은 도저히 식수로는 곤란한가?』 라고 물어오는 주부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 보사부와 서울시는 수도 물이 식수로 이상 없다는 발표를 하기도 했으나 수도 물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은 여전하다. 수도 물은 그대로 먹을 수 있는 것인지, 어떻게 해서 먹으면 가장 안전한 것인지 전문가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서울시는 85년7월 아파트단지· 외국인 집단거주지· 대형호텔 등 3백2O개 다량 급수 처의 수질 검사 후 『수도 물은 먹어도 된다.』 고 발표했으며 보사부도 국민건강 지침에 적혀있는 「음료수는 반드시 끓여 먹어야 한다.」 는 항목을 85년도부터 삭제했다.
이는 서울시가 내놓은 상수도 수질 기준인 경도가 10 PPM, 수은0·05 PPM, 염소이온이 150 PPM, 질산염 10 PPM, 불소 1 PPM 이하 이어야 하며 대장균이 물 50㏄에서 한 마리 라도 검출되면 안 된다는 것 등에 의거한 것.
이에 대해 연대 환경공해 연구소 권숙표 박사는 『정부의 측정기준은 10여 년 전의 것으로 중성세제나 농약의 오염이 심해진 요즘의 환경을 고려하면 오염도를 재는 새로운 기준설정이 필요하며 아울러 물의 소독 시 생기는 발암 물질인 트리할로메탄 (THM)에 대한 기준도 시급하다.』고 말한다. 그는 서울시의 측정기준이 『기술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이라고 밝힌다.
보건위생 전문가들은 오염된 물이 계속 체내에 공급될 경우 각종 질병의 복합적 요인을 제공하므로 깨끗한 물을 먹는 것은 건강과 장수의 절대 요건이라고 말한다.
권 박사와 과학기술 연구원 전무식 교수 (화학과) 는 깨끗한 수도 물을 먹을 수 있게 하기 위한 근본 대책으로 ▲공장폐수의 치밀하고 엄격한 처리기준 ▲농약사용 절제와 보다 물에 분해 잘되는 농약개발 ▲중성세제 사용억제 ▲공장의 원가 절감을 위한 강 상류 이동 억제 등을 제시하고있다.
중성세제의 과다 사용은 특히 심각한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데 전국 가정폐수의 8%만이 하수 처리되고 나머지는 모두 수원으로 흘러 들어가므로 이의 사용억제를 위한 주부들의 노력이 절대로 필요하다는 것.
한편 주부들이 가정에서 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끓여먹기나 정수기 사용, 생수 길어다 먹기 등이 널리 이용되고 있는데 그에 대한 갖가지 요령과 주의점도 필요하다.
▲정수기를 사용할 경우 수원을 한강 상류에 두고 있는 가정은 활성 탄으로 작은 이물질을 걸러내는 여과 정수기가 좋다. 이는 수은·납·카드륨 등의 중금속이 덜한 물의 여과에 쓰이는데 중성세제나 농약·THM·냄새제거에 도움을 준다.
한강 중·하류에 수원지를 둔 가정은 이온 교환수지로 중금속을 제거하는 정수기가 좋은데 이는 칼슘·마그네슘 등 몸에 이로운 미네랄을 제거해 증류수를 마시는 것과 같은 단점을 노출한다.
양쪽 기능을 겸한 것을 사용하는 것도 나와 있는데 이온 교환수지를 얇게 이용하면 적당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정수기를 이용할 경우 중요한 것은 이온 교환수기 등의 수명 한도를 정확히 알아 적당할 때 갈아주는 것.
그렇지 않을 경우 불순물을 흡입 못할 뿐더러 그 안에 여과된 불순물이 되나와 오히려 비위생적이다.
각 가정의 수질과 물 사용량에 따라 수명 한도가 다르므로 교환일시를 써 붙이는 등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필요하다. 정수가 안될 경우 소리를 낸다든가 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물을 끓여 먹으면 세균이나 THM은 없어져 위생적인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으나 중성세제나 침전물은 제거되지 않는다. 또한 미네랄이 제거되는 단점이 있어 수질이 좋을 경우 그대로 마시는 것이 이상적이다.
그러나 세균 박멸이나 THM의 제거에 큰 신경을 써야 할 경우 섭씨 1백도에서 5분간 끓이는 게 적당하며 끓인 물을 여과 정수기에 걸러먹는 것도 방법이다.
▲흔히 약수라 불리는 등산로의 광천수· 지하수 등을 길어다 먹을 경우 우선 해당수의 수질 검사를 의뢰하는 것이 좋다.
서울시 보건환경 연구소 (794-7000)나 현대환경 관리소(844-4387) 등에 의뢰하면 필요한 항목을 검사해준다.
보건환경 연구소의 경우 색도· 탁도· 맛· 암모니아· 대장균등 8개 항목을 검사하는데 1만9천 원을 받고 있다.
현재 서울시 및 그 근교에는 2백여 개의 일명 「약수터」 가 있으나 그 중 20% 이상이 오염된 상태.,
길어온 물은 햇빛이 안 드는 곳에 보관하며 용기는 중성세제나 염소수로 닦아주고 깨끗한 물로 헹궈주어야 한다.
한편 수도 물을 틀 때 물이 뿌옇게 나오는 것은 소독약 때문이 아니라 노후 된 파이프의 구멍에서 더러운 물이 들어가 파이프 안에 부식됐던 찌꺼기가 나오는 것. 이러한 현상이 계속될 경우 노후 된 수도관을 개수해야 한다.

<고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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