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이원 정부제 대통령과 내각에 권한을 분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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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원 정부제란 일반적으로 대통령제의 요소와 내각책임제의 요소가 결합된 정부형태다.
이 제도는 1919년 독일바이마르헌법에서 첫선을 보인 이래 현재 프랑스·핀란드·그리스·아이슬란드·터키·오스트리아·버마 등의 국가에서 채택되고 있다.
이 제도는 출현한지가 얼마 안돼서인지는 몰라도 「제어된 의원 내각제(뢰벤스타인), 「준 대통령제」(뒤베르제)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려지고 있으며 우리 나라에서는 김철수 교수가 이원 집정부제」 라고 규정한바 있다.
이원 정부제의 특징은 해당국가마다 그 운영이 약간씩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규정하기는 곤란한 실정이나 대체로 다음과 같은 특색을 지닌다.
첫째, 대통령은 의회에서 독립돼있다. 대통령은 국민의 직접선거나 의회 또는 선거인단의 간접선거로 선출되나 의회에 책임을 지지 않는다.
둘째, 내각은 의회에 책임을 진다. 대통령은 수상을 지명하지만 일반적으로 의회의 동의를 받아야 임명하며, 의회는 내각 불 신임권을 가진다. 대통령은 의회가 내각 불신임결의를 할 경우 의회를 해산할 수 있다.
셋째, 대통령은 의례적인 국가원수일 뿐 아니라 비상시 긴급권을 가지며 평시에도 외교·국방 등에 관한 실질적 권한을 갖는게 보통이다.
따라서 이 제도의 가장 큰 특징은 행정권이 대통령과 내각으로 일원화 돼있는 점이며, 그 행정권의 배분이나 집행방식은 나라마다 다르다.
이원 정부제의 구체적 형태는 대통령제의 요소와 내각책임제적인 요소 중 어느 쪽에 비중이 있느냐에 따라 일반적으로 세 가지 유형이 있다는게 통설이다.
첫째는 내각 책임제를 바탕으로 대통령제의 요소가 가미된 형태다.
이의 특징은 △대통령이 국회에서 간선으로 선출되며 △내각책임제의 대통령과 같이 상징적인 국가원수로서의 지위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수상지명권, 국회 해산권, 각의 및 국회 소집권, 사면권 등 행정권의 일부를 갖고있다.
특히 국가비상시에는 실질적인 행정수반으로서 권한을 행사한다.
그리스와 터키의 정부형태가 대표적 예라고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대통령제를 바탕으로 내각책임제 요소가 강하게 반영된 형태다.
이 제도는 △대통령은 직선 되거나 국회가 아닌 선거인단에 의해 선출된다는 점 △행정권이 대통령과 내각에 분산되어있지만 대통령은 내각이 행사하는 행정권을 감독하는 선이라는 점 △국무총리와 국무위원이 일반적으로 국회의원이 아니라는 점등을 특징으로 하고있다.
핀란드와 오스트리아가 대표적 예다. 특히 오스트리아 헌법은 의회와 주 의회 의원으로 구성되는 연방 총회가 의회의 요구가 있으면 대통령 해임 결정에 대한 국민투표 회부권을 갖도록 해 눈길을 끌고있다.
세 번째는 대통령제를 바탕으로 하되 내각책임제 요소를 다소 가미한 형태다.
이 제도는 미국의 대통령제와 신 대통령제(대통령의 권한이 과도하게 집중된 형태)를 제외한대부분의 대통령제가 취한 형태라고 보면 된다.
주요특징은 △대통령이 의회의 동의 없이 수상을 임명하고 △수상도 어느 정도의 권한을 가지며 △국회는 내각전체에 대한 불 신임권을 갖지 않는게 일반적 관례이나 개별 각료에 대해선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이며 이런 점에서 대통령제와 구분된다.
일반적으로 이원 정부제지지론은 대통령제와 내각제의 장점을 모두 취할 수 있다는데 근거를 두고 있다. 내각제가 갖는 의회와의 협조, 권력의 분산, 책임정치, 용이한 정권 교체 등의 장점을 살리는 한편으로 정국의 불안, 위기 대처능력의 미흡 등 내각제의 단점은 대통령제의 요소를 도입함으로써 막을 수 있다는 논리다.
이것은 다시 말해 정국의 안정, 효율적인 위기대처 등 대통령제의 장점을 살리면서 권력의 분산, 의회와의 협조 등 내각제의 강점을 살린다는 말로도 논리가 되기도 한다.
반면 이 제도에 대한 비판론은 대통령제와 내각제 장점의 결합이라고 하지만 실은 현실 운용면에서는 단점만의 복합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데 논거를 두고 있다.
행정권의 이원인 대통령과 내각의 마찰·갈등의 가능성, 대통령의 긴급권으로 인한 독재화경향 및 의회의 위축 등이 지적되는 폐단들이다.
오늘날 우리 나라의 개헌논의에 있어 이원 정부제 주장은 목소리가 매우 낮거나 잠재된 상태다.
지난 80년 3김 시절 당시 과도정부가 이원 정부제를 추진한다는 설이 나돌고 이 설이 여론의 집중타를 당한 이후로 이원 정부제는 우리 사회에서 무슨 음모형의 제도인 것처럼 인상이 나빠지고 인식이 잘못된 감이 있다. 이에 따라 아직도 이원 정부제의 주장은 매우 미약하고 어느 정당도 이를 당론화 하려는 공개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 주장의 지지론은 우리 헌정사에서 모두 실패로 끝난 대통령제와 내각제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한다. 이 주장은 무엇보다 대통령제가 보여준 독재화와 장기집권을 막고 정권교체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의원내각제의요소를 도입하면서 안보와 경제발전을 위한 국가안정을 기한다는 점에서 대통령제를·가미해야한다는 논리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들은 이 제도가 수평적 정권교체를 용이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반대론자들은 찬성률이 이론적으로만 가능한 탁상공론이라고 주장한다.
행정권을 대통령과 수상으로 이원화한다고 하나 그 자체가 어려운 문제일 뿐 아니라 특히 우리 나라같이  「안보발언」이 센 곳에서는 대통령이 얼마든지 권한을 강화시켜 나갈 수 있다는 논리다.
또 현재의 프랑스 경우와 같이 국민이 직접 뽑는 대통령과 의회 다수당의 당수가 차지하는 수상이 다른 당에서 나오는 경우는 「이것도 안되고 저것도 안 되는」 소지를 잉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각 제도의 장점을 춰하려는 이원 정부제는 민주적 여건이 충족된 국가에서나 꽃을 피우지 그렇지 못한 나라에서는 각 제도의 단점만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데 우리는 아직 후자의 법주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게 반대론자들의 기본시각이다.
특히 우리 나라와 같은 권위주의적 정치풍토에서는 대통령의 헌법적 권한과는 상관없이 직선제를 할 경우 권력은 대통령의 손으로 집중되기 쉽다는 지적을 하는 사람이 많다.
아무리 수상과 더불어 이원적 구조로 하더라도 「더 높은 사람」이 대통령이고 소속된 당이나 사회적 관록에 있어 서열이 앞선 사람일 경우 수상권한에 속하는 사항이라도 「사전상의」라든가 「협조」라는 명목으로 대통령의 영향이 증대되기 쉽다는 논리다.
게다가 국민의 직접지지를 받았다는 점을 내세워 권위적 정치형태를 보일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원 정부제가 대통령제의 독재화를 방지한다는 주장은 우리 나라의 경우 전혀 맞지 않느라는 반론이다.
이런 찬 반론을 떠나 80년의 나쁜 인식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채택하기가 어렵게 되어 있다는게 정가의 공통된 관측이다.
신민당 측은 말할 것도 없고 대부분의 민정당 의원들도 『정치는 어차피 현실인데 국민들이 색안경을 끼고 보는 제도를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는 거 아니냐』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정국이 정부 형태 문제로 계속 팽팽히 맞선다면 타협용으로 막판에 가서는 고려가 되는 국면이 올지도 모른다는 견해가 없는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민정당의 내각 책임제와 신민당의 직선제가 팽팽히 맞서면 「직선제로 하되 대통령의 권한은 대폭 분산시키자」는 절충안이나 「내각제로 하되 대통령은 직선하자」는 절충안이 고개를 들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고 경우에 따라 대통령의 권한분산 문제가 협상의 핵이 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안희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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