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 레터] 중요한 건 디테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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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의 지진으로 진원지 부근 원전의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습니다. 가동 중지된 월성원전 주변엔 지진 가능성이 있는 활성단층이 많이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건설 당시엔 그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던 탓에 제대로 조사하지 못했다 합니다. 현재 월성원전은 지진으로 인한 피해가 없지만, 정지 상태에서 정밀점검을 받고 있습니다.

월성원전의 가동중지를 결정한 과정도 좀 불안해 보입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어제 오후 7시44분 경주에서 5.1의 지진 발생 직후엔 문제 없다고 하다 4시간12분이 지나서야 수동으로 가동을 중지시켰습니다. 원전 안전과 같은 중대한 의사결정에 왜 그리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 궁금해하고 불안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가동중지를 해야 할 상황인지 분석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합니다. 하지만 분석하는 동안 강한 여진이 이어졌다면 큰 사고가 나지나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한수원은 매뉴얼에 따른 의사결정이었다고 설명합니다. 그 매뉴얼이 제대로 작성된 것인지, 잘 지켜진 것인지 검증이 필요합니다.

물론 너무 불안해할 이유는 없습니다. 원전은 튼튼하게 설계돼 주택이나 빌딩보다 지진에 훨씬 잘 견딥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미야기현 오나가와(女川)원전은 집 잃은 지역주민 360명에게 잠자리와 식사를 제공하며 대피소 역할을 했습니다.

꼭 따져볼 것은 인구밀집 지역인 대도시 주민들의 대처요령입니다. 교통·생활 인프라가 순식간에 마비될 경우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것은 일본입니다. 낮에 강진이 발생해 도심에서 발이 묶이는 ‘귀택난민(歸宅難民)’, 빌딩·아파트의 고층부에서 오도가도 못한 채 구조를 기다려야 하는 ‘고층난민’들을 상정한 대책들이 있습니다. 예컨대 도쿄에선 강진 발생시 오피스 빌딩이나 백화점 등이 종업원과 손님을 돌려보내지 않고 최소 3일간 머물게 하도록 조례로 정해뒀습니다. 교통인프라가 끊긴 상태에서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면 더 위험하다는 판단에서입니다. 잠재적 고층난민들에겐 열흘치 비축물자를 갖추도록 권유합니다. 휴대용 변기, 휴대폰 충전기, 운동화, 생수, 손전등, 라디오 등을 늘 가방에 넣고 출퇴근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지자체에 따라선 1년에 한 번쯤 비상시에 대비해 직장에서 집까지 걸어서 가보도록 권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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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필요한 건 그런 디테일입니다. 지진은 이제 우리 일상으로 파고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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