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인플레 우려한 예방 대책|해외 부문서 5천억 환수기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고삐를 놓친 듯한 통화의 팽창은 급기야 성역시 되어온 수출부문에까지 제어의 손길을 미치게 하는 사태로 발전했다.
통화증가를 주도하고 있는 해외부문을 그대로 놔두고는 풀려나간 돈의 수속이 어렵다고 판단한 정부는 10일 ▲외환 매매율 차의 확대 ▲연지급수입기간의 단축 ▲한은재할인비율의 인하 등 복합적인 조치를 단행했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 통화가 계속 불어나는 경우에는 수출금융에 대한 융자단가를 내리는 방안도 고려하고있는 실정이다.
통화당국의 추산으로는 외환 매매율 차의 확대로 9백 억원, 무역금융의 재할인비율인하로 1천 억원, 그리고 DA유전스 등 연지급수입기간의 30일 단축으로 약 3천 억원 등 모두 5천 억원 가량의 통화가 해외부문에서 환수될 전망이다.
돈이 풀리더라도 저축성예금으로 환류되고 있을 뿐 아니라 물가는 안정되어 있으므로 걱정할게 못된다고 느긋해하던 정부당국이 통화안정증권의 대량발행에 이어 이제는 무역금융에까지 손을 댔는데 이 역시 또 하나의 만각 케이스로 기록될만하다.
정부가 이것저것 생각해낼 수 있는 통화 환수책을 모두 동원하고 있는 것은 통화과잉으로 인한 경기과열화 및 인플레재연을 내심 우려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일각에서는 『경기가 파열이 아니며 3저를 이용한 성장정책을 밀고 나가야 한다』고 주장하고는 있지만 최근 내놓은 통화 환수책 등 일련의 대책은 정부 내에서 경기과열화조짐에 대한 경계론이 우세함을 말해주고 있다.
통화팽창추세를 보면 올 들어 6월말까지 총통화기준해서 작년동기보다 8천8백 억원 더 많은 1조8천9백 억원(평잔 기준)이 늘어남으로써 17.9%의 증가율을 마크했다. 올해 수정목표 18%를 거의 다 채운 숫자다.
6월중 2천1백82억원(순증 기준)을 포함, 상반기 중 4천5백29억원의 통화안정증권을 발행해서 돈을 흡수한 것을 감안하고도 그렇다.
작년 상반기 중 1조5천9백 억원을 빨아 들여 주었던 해외부문이 올 상반기 중에는 국제수지 개선 폭의 확대로 1천3백여억원 밖에 환수하지 못해 그만큼 증가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해외부문에서의 통화증가는 앞으로 계속될 전망이기 때문에 정부는 불가불 해외부문의 통화 환수책을 쓰게 된 것이다. 그 결과는 말할 것도 없이 무역업계의 자금부담증가로 나타나게된다.
우선 외환의 매매율 차 확대로 업계는 연간 9백 억원의 수수료를 더 물게 생겼고 수입업계는 DA유전스 기간단축으로 올해 안에 약3천 억원의 자금부담을 짊어지게 되었다.
또한 재할 비율 인하로 자동 연결되던 은행돈 쓰기도 그만큼 어려워졌다.
정부는 앞으로 현재 달러 당 평균 7백40원인 수출금융 융자단가를 7백10원 선으로 인하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중인데 그렇게되면 수출업계의 자금사정은 더 빡빡해질 것이다.
수출이 잘 되고 있기 때문에 무역금융에 대한 지원비율을 낮춘다 해도 별 문제가 안 된다고 정부당국자는 설명하고 있지만 업계로서는 큰 타격이 안될 수 없다.
정부가 수출금융에까지 손을 대는 지경이 된 이상 정치의 위절을 앞두고 흔들림 없고 절도 있는 통화정책을 집행해 나간다는 의지를 관철할 때에만 통화과잉에 의한 파국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훈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