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 세계화가 K팝 인기 연장시킬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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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의 범위를 해외로 넓히면 ‘한인 디아스포라 문학’과 맞닥뜨리게 된다. 이민 1.5세대 혹은 2세대 이후, 경계인의 시각에서 정체성 혼란을 탐사하거나 현지 생활의 내부를 전하는 이들이다. 미국의 이창래, 일본의 유미리 등이 떠오른다. 이 카테고리에서 제외됐던 이들이 타향에서 이름없이, 다른 데서는 풀 길 없는 아픔과 외로움을 한글로 표현해온 사람들이다. 한국문단이 그동안 주목한 적 없는 ‘풀뿌리 해외 문학인들’이다.

20~23일 경주서 한글작가대회
“동포 한국문학 발전에도 관심을”

이들을 위한 국제 문학축제가 20~23일 경주에서 열린다. 국제PEN한국본부(이하 한국PEN)가 문화체육관광부·경상북도·경주시 등의 후원을 받아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개최하는 세계한글작가대회다.

대회는 한국PEN 이상문(사진) 이사장이 2014년 캐나다에서 열린 국제PEN 대회에 참석한 길에 미국 뉴욕에서 동포 문인들을 만난 게 계기가 됐다. 이들은 “한국정부나 한국문단이 K팝을 중심으로 한 한류 지원에만 신경 쓰지 말고 해외 한국문학 발전에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부랴부랴 지난해 첫 대회가 만들어져 해외 동포 작가 100여 명이 참석했다.

올해는 동포 작가 참가 규모가 좀 줄었다. 38명이 참가한다. 대회 존립이 위태로워 뒤늦게 개최 준비를 시작한 탓이다.

프로그램은 비슷하다. 김종회·장영우·박덕규·이승하·김무봉·류보선, 여섯 명의 평론가·시인이 각각 좌장을 맡은 6개 세션에서 ‘한글로 문학하기’ ‘한글문단이 나아갈 길’ 같은 주제를 두고 발표, 질의응답을 벌인다.

왜 한국문학이 아니고 한글문학일까. 단국대 박덕규 문예창작과 교수는 “한인 동포 숫자가 몇만 명 수준에 도달하면 꼭 한글로 문학하는 사람들이 생겨난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동포 문인들이 자생적으로 생겨나 문학 교류도 하고 문집도 낸다는 얘기다. 박 교수는 “고향에 대한 근원적인 갈망이 한글 글쓰기로 이어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PEN 이상문 이사장도 “ K팝의 인기가 지속되려면 한국문학 을 해외에 적극 알리는 게 무엇보다 효과적일 것”이라고 했다. 이번 대회를 통해 힘을 얻게 된 동포 문인들이 그런 역할을 할 거라는 얘기다. 홈페이지(www.penkorea.or.kr) 참조, 문의 02-782-1337.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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