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제헌절 특집놓고 눈치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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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KBS와 MBC-TV가 올해 제헌절특집을 놓고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양TV사가 예년과 달리 특집기획을 여러번 번복하는등 고심하는 이유는 △최근 정치상황이 헌특구성문제에 집중돼 있고 △여당과 야당이 각각「의원내각제」와「직선제」개헌안을 강력히 밀고 있으며 △제헌절과 헌특구성시기가 엇비슷하게 맞물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 따라서 헌정사상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올해 제헌절을 맞아 양TV사에서는 종전처럼 미지근하게 넘어갈수 없는 상태다.
이결과 KBS에서는 당초 △『공개토론회』프로를 활용, 여야정치인들이 출연하는 헌법토론회 △한국 헌법사의 산증인의 일생을 추적해보는 인간다큐멘터리를, MBC에서는 △헌법학자·정치인, 혹은 정당전문위원들과 시민들이 토론을 벌이는 헌법공청회등 야심만만한 특집안이 계획됐었다.
그러나 양사는 △이들 토론프로들이 어떠한 형식으로 진행된다 해도「의원내각제」와「직선제」사이에 의견충돌이 일어날 것이 자명하고 △그 결과 어느쪽으로 토론의 대세가 흐른다해도 비난받기(?)는 마찬가지라고 판단, 토론프로들을 모두 취소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KBS에서는 지난해 경품을 내걸고 헌법퀴즈를 풀어보는『앙케트쇼, 헌법 읽어봅시다』방영을 통해 간선제만을 일방적으로 홍보, 시청자들의 빈축을 산바있어 올해 특집에는 신중을 기하지 않을수 없는 입장이다.
이같은 이유로 원안에서 상당히 후퇴한 특집안이 8일 현재 마련됐는데 KBS는 △헌법학자들이 나와 직선제·의원내각제등「객관적」헌법이론을 소개, 비교 분석하고 해외특파원을 연결해 외국 헌정제도를 상술하는 특별기획「헌법연구』를 17일밤 방영할 계획이며 MBC는 △KBS와 유사한 보도기획『권력구조 선진국 어떤가』를 17일밤에 △헌법학자 및 시민인터뷰·기자리포트등을 통해 민주화의 선결문제들을 점검해보는 특별기획『민주사회로 가는 길』민주화의 길을 연다』를 18일밤 각각 방영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양사는 이같은「객관적」프로들조차『국회헌특위 추이를 봐가며 방영여부를 최종 결정짓겠다』는 눈치작전으로 일관하고있어 최악의 경우 올해 제헌절특집이 유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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