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4년간 미사일 도발 37차례, 17년 집권 김정일의 두 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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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6호 4 면

북한이 9일 5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지난 1월에 이어 올 들어 두 번째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5.3 규모의 인공지진이 풍계리 핵실험장 인근에서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지진 규모는 이전 북한의 핵실험보다 큰 걸로 보이지만 과학자들은 정확한 폭발력을 아직 계산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1월 핵실험 직후 ‘수소탄’ 실험에 성공했다고 주장했지만 전문가들은 이것이 수소탄이 아닌 증폭핵분열탄 실험이라고 결론지었다. 당시 실험한 핵폭탄 위력은 앞선 세 차례의 핵실험(1945년 미국이 투하한 원자폭탄 위력도 포함해)보다 더 컸지만 수소탄 규모엔 못 미쳤다.


올 들어 북한은 핵과 미사일 실험을 여러 차례 속사포처럼 진행해 왔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두 차례 핵실험을 포함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이동식 중거리 미사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성능이 향상된 중·단거리 미사일, 탄도미사일 재돌입체 기술과 고체 연료 로켓 및 액체연료 ICBM 엔진을 개발했고, 그 실험은 성공적이었다.


2011년 12월 김정일 사망 이후 북한을 지배해 온 김정은은 지난 4년간 미사일 개발 실험을 37차례 했다. 김정일이 17년간 집권하는 동안 실시한 실험의 두 배가 넘는다. 북한의 최근 핵무기 능력은 남한과 일본을 위협하고, 사거리는 괌을 비롯한 미국의 군사기지까지 이른다.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ICBM에 대한 개발을 지속해 미국 본토까지 위협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원국들은 5차 핵실험과 관련해 긴급 회의를 소집해 북한의 유엔 결의안 위반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안보리는 가장 혹독한 제재안을 채택하는 것으로 유보하는 경향이 있지만, 지난 3월엔 역대 가장 강력한 대북제재 조치가 담긴 결의안(UNSCR 2270호)을 채택했다. 유엔의 강력한 대북 조치는 북한의 점증하는 핵능력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반영하는 것으로 북한의 반발에 대한 정면대응 의지가 담긴 것이다. 중국은 유엔의 대북제재 논의 때면 좀 더 약한 제재를 요구했고 제재 의무 이행도 미온적으로 해왔다. 북한이 지난 5일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이후에도 중국은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한반도 배치 계획에 대한 보복으로 대북 대응책 도출에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결국엔 ‘북(北) 미사일 발사 규탄 언론 성명’ 채택에 동의했다.


북한의 5차 핵실험과 관련해 미국과 동맹국들은 유엔 안보리에 UNSCR 2270호의 ‘구멍’을 메울 것을 요구해야 한다. 2270호는 주요 수출품의 수출입을 금지하면서도 예외로 ‘생계 목적’은 허용해 제재의 허점으로 지적돼 왔다. 그럼에도 중국은 이번에도 ‘(제재를) 주저하는 파트너(reluctant partner)’ 입장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국제사회의 결속력 있는 대북 조치가 북한의 추가 도발을 촉발할 수도 있고, 나아가 정권 붕괴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걸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중국이 그의 동맹국(북한)에 강하게 압박하는 걸 주저함으로써 북한은 (나쁜 행동에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확신에 더 호전적으로 행동하게 된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 능력을 증강하기 위한 시간 벌기를 하면서 판돈을 올리는 수법을 반복하고 있다. 이는 중국의 평화와 안정, 비핵화 요구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북한의 여러 차례 도발에도 불구하고 미 행정부는 최근 의회가 ‘대북제재 의무 이행 법안’을 통과시켜 정부를 압박할 때까지 본격적인 대북제재는 자제해 왔다. 북한의 불법 행위에 연루된 중국 기업·은행 등에 대해 미국이 독자적으로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 등은 아직 하지 않고 있다.


물론 금융제재를 포함한 대북 조치들이 북한 정권의 재정에 충격을 주기까진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대북제재는 미국과 국제법에 의거해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에 필요한 금지 물품의 유입을 억제하고 위반국에 대해 페널티를 부과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문제는 국제사회가 대북제재를 일관성 있게 지속하느냐다. 이미 몇몇 국가는 제재에 착수한 지 수개월 만에 조바심을 표하며 이미 기존의 외교적 해법으로 돌아가자고 한다. 수십 년간 시도해 온 외교적 해법은 북한의 비핵화를 실현하는 데 실패했다.


이제 미국과 동맹국들은 급속도로 커진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방어력을 증강시키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여기엔 사드의 한반도 배치, 동맹국 간 포괄적 탄도미사일 방어망 협력 강화, 북한의 SLBM 위협에 맞선 해상 탄도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 등이 포함된다.


브루스 클링너미 헤리티지재단 한반도 담당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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