分道楊? -분도양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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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6호 29면

한자 표(?)는 말의 입에 물리는 작은 재갈과 고삐를 연결하는 양쪽의 고리, 즉 스내플 비트(snaffle bit)를 뜻한다. 양표(揚?)는 이 고리를 들어 올려 말을 몰아 앞으로 나아간다는 의미다.


중국 남북조시대 탁발(拓跋)족은 북방을 통일하고 북위(北魏)를 세웠다. 원굉(元宏, 효문제·孝文帝, 재위 471~499)은 한족(漢族) 문화를 대폭 흡수하는 개혁을 단행한다. 남북 통일전쟁을 위해서다.


어느날 감찰을 총괄하는 민정수석 격인 어사중위(御史中尉) 이표(李彪)가 길을 지나고 있었다. 마침 황실의 인척이자 수도 낙양(洛陽)을 다스리는 경조윤(京兆尹) 원지(元志)가 맞은편에 들어섰다. 둘은 먼저 지나겠다며 다퉜다. 결국 황제를 찾아 판결을 청했다.


이표가 먼저 “황상, 저의 관직은 어사중위로 조정의 법집행을 총괄합니다. 호화 마차를 하사받았고 칼 찬 군인이 북을 울리며 호위합니다. 일개 지방관리가 어찌 제 길을 막을 수 있습니까”라며 항의했다.


원지도 지지 않았다. “낙양 경조윤 직위는 비록 낮지만 낙양은 황상의 고향입니다. 이곳 백성은 모두 제가 관리하는 호적 안에 있습니다. 경조윤이 어찌 보통 지방관리와 같이 어사중위에게 양보할 수 있습니까.”


효문제는 수가 떠올랐다. “낙양은 내 풍패(?沛, 한고조 유방(劉邦)의 고향인 패군(沛郡) 풍현(?縣). 제왕의 고향을 의미)다. 원지는 우대 받아 마땅하다. 길을 나눠 말을 몰도록 하라. 지금부터 길을 나눠 다녀야 한다(自應分道揚? 自今以後 可分路而行)”고 지시했다. 황제의 지시에 따라 이표와 원지는 길마다 자로 재 절반을 나눠 선을 그었다. 양측이 길을 나눠 제 갈길로 다녀 다툼을 피한다는 ?북사(北史)?의 고사다.


지난달 24일 일본 도쿄에서 한·중 외교장관 회담이 열렸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분도양표(分道揚?)는 안된다”며 이 고사를 인용했다. 문제는 행동이다. 이날 외신이 송고한 사진 한 장이 웅변한다. 아베 신조(安培晉三) 일본 총리 면담 자리에서다. 왕 부장이 윤병세 장관을 ‘손가락질’하는 모습이다. 말로 분도양표 말자는 중국은 행동에서는 분도양표하고 있지 않은지 돌아봐야 할 것이다.


신경진베이징 특파원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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