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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액션 장인 안톤 후쿠아 감독, 인생 영화 '7인의 사무라이'를 리메이크 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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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액션 장인, ‘인생 영화’를 리메이크하다


서부극 '매그니피센트 7' 안톤 후쿠아 감독

10대 때부터 서부극에 매료된 아이는 어떻게 자랄까. 서부극 ‘매그니피센트 7’(원제 The Magnificent Seven, 9월 14일 개봉)의 안톤 후쿠아(50) 감독은 그 바람직한 예다. 싱가포르에서 만난 그는, 7인의 무법자 중 가장 마지막으로 캐스팅된 이병헌에 대해 “10년 전부터 지켜봐 온 배우”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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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극 ‘매그니피센트 7’ 안톤 후쿠아 감독

지난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영화사 소니픽쳐스의 신작 발표 행사장. 웬 NBA 스타처럼 보이는 인물이 인터뷰 장소로 들어섰다. 안톤 후쿠아 감독이었다. 착각할 법도 했다. 농구 장학생으로 대학에 입학했을 만큼 훤칠한 키에, 블랙 수트를 세련되게 소화한 맵시가 웬만한 배우 저리 가라 할 정도였으니까. 악수부터 청하는 정중한 태도는 몸에 밴 듯 자연스러웠다.

지난해 ‘내부자들’(우민호 감독)로 만난 이병헌이 당시 촬영 중이던 ‘매그니피센트 7’ 현장을 자랑했던 게 문득 떠올랐다. “안톤(후쿠아 감독)의 제안으로 금요일마다 다 같이 고전 서부극을 본다. ‘황야의 7인’(1960, 존 스터지스 감독)과 ‘와일드 번치’(1969, 샘 페킨파 감독), 존 포드 감독과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영화들. 시가도 피우고, 위스키도 마시면서 말이다. 촬영장 분위기도 의리가 넘친다. 안톤은 정말 멋진 감독이다.”

제작비 1억800만 달러(약 1210억원)를 들인 ‘매그니피센트 7’은 ‘1879년 황야의 거친 무법자들이 악당 무리에 맞서 마을을 구한다’는 내용의 서부극이다. 고전영화 ‘황야의 7인’ 리메이크 버전으로 덴젤 워싱턴, 에단 호크, 크리스 프랫 등 스타들이 총출동한다. 후쿠아 감독으로 말할 것 같으면, 이번 영화를 통해 재회한 워싱턴과 호크(‘트레이닝 데이’(2001))부터 주윤발(데뷔작 ‘리플레이스먼트 킬러’(1998)), 브루스 윌리스(‘태양의 눈물’(2003)), 제이크 질렌할(‘사우스포’(2015)) 등과 함께 액션 장르의 외길을 걸어온 감독 아니던가.

그가 ‘매그니피센트 7’을 연출한 데는 또 하나의 운명적인 이유가 있었다. ‘황야의 7인’ 리메이크를 제안받았을 때, 후쿠아 감독은 “‘7인의 사무라이’를 리메이크하겠다”고 답했다.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이 1954년 연출한 이 흑백영화는 ‘황야의 7인’의 토대가 된 원작. 후쿠아 감독에겐 “영화감독을 꿈꾸게 한 영화”이기도 했다.

“어린 시절 가난했던 나는 할머니와 서부극을 보는 게 유일한 낙이었다. 열두세 살 때쯤이었나. 밤늦게 할머니와 TV를 보는데, 낯선 사무라이 영화가 방영되고 있었다. 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영웅 이야기는 내 삶의 관점을 바꿔 놓았다. 대학에서 우연히 들은 아트 수업에서 다시 이 영화를 만났다. 구로사와 감독이 그린 스토리보드를 보며, ‘영화’에 완전히 사로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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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매그니피센트 7> 스틸 이미지. 영화사 제공

그가 말하는 ‘매그니피센트 7’은 “‘7인의 사무라이’가 간직한 영원불변의 DNA, ‘정의’를 계승한 영화”다. “서부극의 장르적 진정성을 담되, 닳고 닳은 클리셰는 피하고 싶었다”는 후쿠아 감독의 비기는 바로 캐스팅. 백인이 주연을 도맡았던 기존 서부극과 달리, 그는 인종을 뛰어넘어 배우들을 발탁했다.

“덴젤 워싱턴은 한발 뒤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훌륭한 배우다. BH(그는 이병헌을 이렇게 불렀다)는 ‘달콤한 인생’(2005, 김지운 감독) ‘악마를 보았다’(2010, 김지운 감독)를 보고 10년 전부터 눈독 들였다. 연기도 우아하고, 몸이 아주 탄탄하지 않나. 다국적 캐스팅에 대한 안티들의 비난? 그런 못난 얘기 귀담아 들으면 아무 일도 못한다. 오히려 우리 영화가 젊은 세대에게 영감을 주지 않을까. 필리핀식 서부극이 만들어진다면, 얼마나 멋지겠나!”

섭씨 43도의 더위에 기화된 말똥 냄새 속에서 배우들과 그들의 스턴트 대역들과 함께 “극한 촬영을 했다”는 후쿠아 감독. “관객이 뭐가 진짜이고 가짜인지 느낄 거라 믿었다”며 CG(컴퓨터 그래픽)를 최소화한 것에 대해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가 신나게 들려준 무법자들과 취한 말들(실제로 말들을 안정시키기 위해 조련사들이 시원한 맥주를 먹였다고)의 질주 스펙터클은 9월 8일 제41회 토론토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 최초 공개 예정. 이틀 뒤엔 제73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폐막작으로 상영된다.

글=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사진=UPI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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