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위공무원수사 신경과민. 검사 안부전화에도 "깜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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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떳떳하면 왜 겁내나>
검찰이 비위공무원들에 대한 일제수사를 벌인다는 보도가 나가자 검사로부터 호출을 받은 공무원들은 너나 할것없이 모두 신경을 곤두세우는등 예민한 반응.
구속피의자 수사보강을 위해 검찰의 호출을 받은 한 경찰관은 잘아는 검사를 통해 호출이유를 간접으로 확인한 뒤에야 출두하는가 하면 친구인 검사로부터 일상적인 안부전화를 받고서도 『무슨 일로 전화했느냐』며 당혹스러워 한다는것.
검찰의 한 간부는 『자신들의 입장이 떳떳하다면 수사기관을 무서워할 필요가 없을것』 이라면서 『겁내는 사람이 있는것을 보니 비위공무원들이 적지는 않은 모양』이라고 뼈있는 한마디.

<서울구치소 비상근무>
법무부는 서울구치소에 수감중인 대학생과 근로자등이 지난달 27일부터 전례없이 격렬하게 항의소동을 벌이자 비상근무태세에 들어가 대책마련에 골머리.
이번사태는 지난달27일 재판을 받으러 가던 성대생 장경혜양(23)이 옷에 치약으로 「이원집정부제 반대」등의 구호를 쓴 것을 교도관들이 딴옷으로 갈아입힌데서 발단됐는데 30일부터 연일 구치소 앞에서 농성중인 가족들은 구치소측이 재소자들에게 폭행을 가하고있으며, 항의하는 학생등 50여명을 비인간적인 징벌방에 가두고 있다』고 주장.
이에대해 법무부와 구치소측은 『옷을 갈아입히는 과정에서 마찰이 있었을뿐 폭행은 한 일이 없고 감방문을 부수는등 격렬한 소란읕 부린 학생등 40여명을 격리수용중일뿐』이라고 해명하며 대책마련에 부심.

<잊혀질날 기다렸는데>
정건강관리연구소에대한 검찰수사가 이사장 정재원씨의 부정의료행위 부분에 그치지 않고 정씨소유의 정식품으로 확대된다는 속보가 보도되자 보사부는 매우 괴로운 입장.
처음 허위진단사실이 검찰수사로 발표되면서 의료감시 주무부처인 보사부로 비난의 여론이 집중되자 『유구무언』이라며 대책을 못세워 전전긍긍하면서 그저 시민들에게 잊혀질 날만 기다렸으나 이번에는 정식품에서 만든 제품의 성분조사까지 의뢰한다고 보도되자 어이가 없다는 표정들.
보사부의 한간부는 『결코 검찰에서 정식품의 베지밀이나 우리안등 제품에 대해서만 성분검사를 하는식의 먼지 떨기수사는 하지않을것』이라면서도 일본에서도 정재원씨와 비슷한 사건이 대법원에서 무죄가 난일이 있다고 지적, 혹시 검찰이 의료부정에 대한 공소유지에 자신이 없어 수사를 확대하는 것이나 아닌지 모르겠다고 나름대로 짐작해보기도.

<어느나라 지침인가>
운동권 대학생의 「의식화편지」와 반정부 유인물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서울시교위는 최근 특별교육지침을 일선 중·고교에 시달, 『학생들이 의식화편지등을 전달받더라도 그 내용을 일체 발설치 않도록하라』고 지시해 구설수.
시교위가 2일과 3일 서울시내 중·고교장들을 소집, 방학중 학생 생활지도와 학생과 교직원의 정신교육 강화지침을 시달하면서 이같이 지시하자 뜻있는 몇몇 교장들은 『어느나라, 어느 시대의 교육방법이냐. 학생들의 닫힌 입도 열게해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것이 정상적인 민주교육방법 아니냐』며 흥분, 시교위의 상식선이하의 「탁상행정」에 반발했다는 후문.
그러나 또다른 몇몇 교장들은 『오죽했으면 그같은 아이디어까지 내놓았겠느냐』며 최근 「Y교사」 사건에 이어 갖가지 「시국사건」에 곤욕을 치르고 있는 시교위입장을 두둔.

<경찰그림자도 못봤다>
경찰의 고교 기습 수색이 진행된 2일상오 각 고등학교에서는 『경찰이 압수 수색영장도 없이 집안을 뒤지는 느낌』이라며 불쾌한 표정들이었지만 정작 보도진들이 교내수색 사실여부를 확인하자 각학교측은 경찰과의 관계를 염두에 둔듯 『경찰은 그림자도 못봤다』며 발뺌.
서울K고의 경우 경찰이 교장에게 확인했을때는 교내수색 사실을 시인했다가 문제가 심각해질것 같자 『교직자의 양심을 걸고 맹세한다』며 수색사실을 잡아떼는 촌극을 연출.
교사들도 위로부터 함구령을 받은듯 한결같이 『모른다』로 일관하자 한교사는 『사실을 사실이라고 말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두열굴을 가질수밖에 없는 교육자의 처지를 한탄.

<경찰서 이름바꾸자>
최근 살인사건이 열흘사이 4건이나 발생하고 직원들에 대한 구속·고소사태가 꼬리를 물고있는 가운데 직원의 절도피의자 강간사건까지 터지자 서울태능경찰서에서는·「서명개정논」이 대두되는등 심각한 분위기.
경찰서 이름을 바꾸자는 주장은 태능서가 다른 경찰서에 비해 변사사건이 많은 편인데다 최근엔 살인사건까지 자주 발생하자 경찰서 이름에 「능」자가 들어가서 그런것이 아니냐는 농담에서 비롯돼 이제는 직원들간에 공공연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에대해 태능서 한 수사간부는 『고사를 지내든지 서 이름을 바꾸든지 무슨 수를 써봐야겠다』며 『다른서는 5월이 잔인한 달이었다는데 우리서는 6월이 개서이래 최악의 달이었다』며 애꿎은 계절을 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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