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상표 국제화 시대 돌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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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산상표(브랜드)가 국제화시대를 맞고있다.
비싼 로열티를 물고 수입하는 것으로만 알았던 상표를 수출하는 업체가 하나하나 늘고 있는 한편 해외시장에서 확고하게 이름을 굳힌 국산상표도 적지 않다.
국산상표 수출1호는 국제상사의 「프로스펙스」. 국제상사는 지난 2월초 프랑스의 사텍그룹에 프로스펙스 상표사용을 허용하는 대신 매출액의 5%를 로열티로 받기로 했다. 현재 사텍그룹은 자사생산품인 트레이닝복·티셔츠 등 열 가지의 스포츠의류와 장갑·모자·머리대 등 여덟 가지 액세서리에 프로스펙스 상표를 붙여 판매중이다.
사텍그룹은 자동차부품 제조 및 수입판매로 유명한 대기업으로 지난 1년 동안 5만 켤레의 프로스펙스 스포츠화를 수입, 프랑스에서 판매해오다 소비자들의 인기가 높자 아예 상표도입을 결심했다고 한다.
나이키와 제휴관계를 청산하고 「르까프」란 국산고유브랜드로 새롭게 출발한 (주)화승은 출범 3개월 만인 지난달 에이레에 상표사용권을 수출함으로써 업계에서 화제거리다. 화승은 영국에 판매망을 갖고있는 에이레 국적의 스포츠용품전문수임회사인 더너스사에 르까프브랜드 사용권을 판매한 것. 더너스사는 신발·스포츠의류 등에 르까프상표를 붙여 판매하는 대신 화승 측에 매출액의 5%를 로열티로 지불하게 된다.
가전업체도 잇달아 국산브랜드를 수출하고 있다. 이달 초 금성사가 스페인과 터키에 「골드스타」라는 고유브랜드를 수출한데이어 삼성전자는 말레이시아에 「삼성」브랜드를 수출.
금성사는 스페인의 전자업체인 엘베사에 컬러TV·전자레인지. 오디오제품 생산기술과 상표사용권을 제공하고 판매액의 2%를 로열티로 받기로 했다. 또 이들 제품의 부품도 독점 공급키로 했다.
금성사는 스페인에 이어 터키의 베스텔사에 컬러TV·오디오제품 등의 생산기술과 골드스타 상표사용권을 판매, 앞으로 3년간 기술제공 및 상표사용료로 연1백만 달러의 로열티를 받게된다고.
삼성전자는 최근 말레이지아 최대의 가전 메이커인 오디오 비디오 인더스트리즈사와 VTR상표사용 및 제조기술 수출계약을 체결.
수출조건은 VTR에 삼성브랜드 독점사용권과 제조기술을 제공하는 대신 헤드드럼 등 1천5백여 종의 부품을 2% 로열티를 들여 공급한다는 것.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금년 1천만달러, 내년 2천5백만 달러 어치의 VTR부품을 말레이지아에 수출할 수 있게 됐다는 것. 또 내년에는 컬러TV와 카세트에도 상표사용권을 제공하는 대신 7백50만 달러 어치의 부품을 공급할 계획.
전자부품의 하나인 가변축전기를 만드는 한국마벨도 브랜드 수출상담을 진행 중.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전자부품시장에서 「코리아마벨」브랜드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한국마벨은 가변축전기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굳히고 있다는 것. 현재 인도네시아·인도·홍콩 등의 5개 업체로부터 상표사용권 수출제의를 받고 상담을 진행중인데 올 하반기 중으로 결말이 날 전망.
이밖에 (주)럭키도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지아로부터 장판지에 대한 「럭키」브랜드 사용제의를 받고 이를 검토중이다.
이처럼 국산 브랜드를 로열티를 받으며 수출하고있는 경우 외에 바이어브랜드로 수출하는 단계를 벗어나 고유브랜드로 수출에 성공, 해외시장에서 국산상표의 이미지를 크게 높이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테니스볼의 세계적인 브랜드인 「윌슨」「던롭」「슬레진저」「펜」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세계 40여개 국에 수출되고 있는 「낫소」브랜드는 (주)낫소의 고유브랜드.
낫소는 지난 75년부터 테니스공의 자체브랜드 수출을 개시, 현재 물량의 80%를 자체브랜드로 수출하고 있는데, 미국의 대표적인 품질테스트기관인 ORC 등으로부터 외국유명브랜드제품에 비해 품질 면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판정을 받은바 있다.
또 가발메이커인 미성상사의 「미성」표 가발은 가발을 주로 사용하는 흑인사이에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만큼 해외가발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미성상사는 소재 및 가공기술개발, 패션개발 등 부단한 노력 끝에 미성브랜드를 가발의 대표적인 상표로 정착시켰다.
낚싯대를 고유브랜드로 수출, 외국의 강태공들에게 한국 낚싯대의 명성을 높이고있는 업체도 있다.
은성사는 지난 83년 그동안의 바이어브랜드 수출을 중단하고 「실스타」라는 고유브랜드를 개발, 수출을 시작했다.
그 이유는 갑자기 주문을 취소하거나 물량을 변경하는 등 바이어의 횡포가 심했기 때문. 처음에는 판매망 구축에 어려움도 많았지만 현지 도매상들과의 끈질긴 개별접촉을 통해 수출기반을 마련하는데 성공, 지난해에는 유럽시장에서 일본의 「다이와」나 「시마노」브랜드를 꺾고 판매실적 1위를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수출단가도 고유브랜드로 전환한 이후 20%정도가 올랐다.
전문적인 낚시꾼 치고 「실스타」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은성 측의 자랑.
고유브랜드 제품수출업체로 빼놓을 수 없는 회사가 모피전문수출업체인 (주)진도. 진도는 그동안 바이어브랜드 수출에 의존해 왔으나 몇 해 전부터 「진도」라는 자체브랜드를 사용, 성가를 높이고 있다. 현재 런던·프랑크푸르트·하와이·홍콩 등의 8개 해외직매장에서 「진도」브랜드가 붙은 모피제품을 팔고 있다. 한국을 찾는 외국 관광객들 중 대부분이 이태원과 진도는 오기 전부터 알고 있을 만큼 진도브랜드는 모피의 대명사가 되었다는 것이 진도 측의 설명이다. <배명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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