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소녀상을 크레인으로 철거해버리고 싶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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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하다면, 전세계에 있는 소녀상을 크레인으로 모조리 철거해버리고 싶습니다."

이는 한 일본 남성의 입에서 나온 충격적인 말이다. 그는 또 자신의 아버지가 저지른 위안부 관련 허위증언에 대해 일본 국민들께 사죄하고 싶다고도 했다.

그의 아버지는 고(故) 요시다 세이지(吉田淸治). 태평양전쟁 당시 야마구치(山口)현 노무보국회 동원부장으로 일했던 인물이다.

그는 1983년 '나의 전쟁범죄'란 책을 출간해 "일본군의 명령으로 제주도에서 조선 여성들을 강제연행해 위안부로 삼았다"고 주장했다. '위안부 사냥'이란 표현까지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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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서 일본군의 명령으로 조선여성들을 종군위안부로 강제연행했다고 스스로 밝힌 요시다 세이지.

아사히 신문이 그의 증언을 바탕으로 1982년부터 위안부 문제를 기획특집으로 보도하면서 위안부 강제동원에 대한 비난 여론이 국제사회로까지 번졌다.

이는 위안부 강제동원에 일본 정부의 책임이 있다는 내용의 고노 담화(1993년)로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아사히는 2014년 8월 '요시다 세이지의 증언을 뒷받침할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이유로 해당 기사를 모두 취소했다.

이를 계기로 일본 우익은 위안부 강제동원이 날조된 것이라며 더욱 거세게 주장하고 나섰다.

이런 가운데, 요시다 세이지의 장남(66세)이 일본 월간지 '신쵸 45' 9월호와의 인터뷰에서 '소녀상을 철거하고 싶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

기사 제목은 '요시다 세이지의 장남, 충격 고백' '소녀상을 크레인으로 철거하고 싶다, 위안부 문제를 초래한 한 남자의 초상'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아버지가 저지른 위안부 강제연행 날조에 대해, 요시다 가문의 장남으로서, 일본 국민 여러분께 사죄의 말씀을 올립니다. 가능하다면, 전세계에 있는 소녀상을 크레인으로 철거해버리고 싶습니다.(중략) 나 자신도 아버지가 왜 그런 짓을 했는지 알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아버지는 한 번도 제주도에 간 적이 없다. 이는 아버지로부터 직접 들은 말이다"라며 "아버지는 제주도 지도를 보면서, '나의 전쟁범죄' 원고를 썼다"고 주장했다.

그의 발언을 근거로, 월간지는 "요시다 세이지가 정말로 제주도에 간 적이 없다면, 위안부 사냥 등을 운운한 증언은 날조일 수 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한편 요시다 세이지 씨는 1992년 방한해 "죽기 전에 종군위안부 강제연행에 대한 진실을 밝히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며 위안부 강제연행에 대한 사죄를 했다.

당시 그는 1943년부터 자신이 직접 지휘해 전남·경남 등지에서 끌고간 한국인 징용자 수가 종군위안부 1000여명을 표함해 6000여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그는 또 "종군위안부 징용은 한 마디로 노예사냥이었다. 끌려가지 않으려는 여자들을 후려갈겨 트럭에 강제로 태우고, 울며 매달리는 젖먹이를 억지로 떼어냈던 당시의 참혹했던 상황을 한시도 잊어본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

현재 일본 정부는 위안부 강제연행이란 견해가 확산된 것은 요시다 세이지의 허위사실 날조 때문이라며, 군과 관헌에 의한 위안부 강제연행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요시다 세이지의 허위증언 문제는 일본 우익세력이 위안부 문제 부정의 논리를 전개하기 위한 수단일 뿐, 위안부 강제동원이라는 본질을 흐리진 못한다"는 지적이 일본내 학계는 물론, 국제사회에서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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