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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축구 색깔이 달라졌다|월드컵대회를 지켜본 전문가들의 분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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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세계축구의 색깔이 달라지고 있다.
지구촌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고 갔던 월드컵축구 대장정의 드라머를 현지 또는 국내에서 지켜본 축구전문가들은 『세계축구의 수준이 평준화되어 가고 있으며 남미와 유럽스타일의 장점을 취합한「혼합형」축구스타일의 시대가 다가왔다』고 지적하면서 『세계강호들과의 선전으로 가능성을 보여준 한국축구의 시급한 과제는 프로리그의 활성화』라고 강조했다.
박병주 신탁은행감독은 『역시 남미의 기의 축구가 유럽의 힘과 조직력의 축구보다 앞선다는 것을 확인했다』면서『그러나 상이한 두 스타일을 성공적으로 접목시킨 혼합형 축구야말로 가장 위력적인 것임을 아르헨티나 우승으로 실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는 각자의 뛰어난 개인기를 바탕으로 헤딩, 깊은 태클, 미드필드서부터의 1대1 강압수비 등 유럽스타일의 축구를 도입, 공수에 안정과 조화가 이뤄짐으로써 최강팀의 면모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박감독은 『잉글랜드·폴란드등 전형적인 유럽팀과 세계최고의 개인기를 지닌 브라질 등이 탈락한 것은 너무 극단으로 흘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아르헨티나의 「빌라르도」감독은 취임후 이러한 혼합형스타일을 공언, 『특색없는 축구』『두마리 토끼를 다 놓치는 축구』라는 비난을 받았으나 이번 우승으로 그가 옳았음을 입증했다.
박종환 88팀감독은 『역시 프로팀의 전용과 관록은 하루 아침에 쌓아올려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했다』면서 덴마크·소련 등을 예로 들었다.
이처럼 예선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팀이 본선에서 쉽게 탈락하고 만 것은 『월드컵 사상 아마팀이 정상에 오른적은 한번도 없다』는 아마의 한계를 말해주는 셈이다.
박감독은 ▲상대팀에 따른 강약의 페이스 조절 ▲위기를 벗어나는 능력 ▲경기운영의 노련미등이 그 차이라고 말했다.
김정남 대표팀감독도 『이번 월드컵을 거울삼아 국내의 프로리그도 정착되어야 한다. 수준 높은 프로무대에서 강호들과 마주 부대끼던 선수들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고 지적했다.
김감독은 월드컵에 출전했던 대표선수들이 현재 강릉에서 벌어지고 있는 86프로선수권대회에서 엄청나게 달라진 모습으로 활약하고 있으며 불과 3번의 경기경험도 그처럼 경기감각과 시야확대에 크게 작용한다는 사실을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홍기 축구협회부회장 (월드컵단장) 은『제3세계팀의 분전이 놀라울 정도』였다고 참가소감을 털어놓고 『이번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모로코를 비롯, 아프리카축구와 중동축구는 각각 그 신체적 비범성과 경제적 여건 등으로 대성의 소지가 엿보였다』면서 『이들과의 상위권진입 경쟁레이스에서 처지지 않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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