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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업발전법의 시행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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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 연말 입법된 공업 발전법이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이 새로운 산업지원법은 형식상으로는 기존의 개별산업지원·육성법을 통합한 공업기본법의 성격을 띠고있어 앞으로의 운용방향이 크게 주목된다. 이 법의 제정목표는 적어도 형식 논리상으로는 적절한 명분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지금까지의 경제개발계획과 실천과정에서 다기하게 채택되어온 각종 산업지원과 육성제도가 지나치게 정부 또는 행정주도로 이루어져온 점, 그 결과로 민간의 창의와 자율이 크게 제약받아온 점을 내세우고 있다. 이 문제는 의문의 여지없이 80년대 후반기 산업정책이 해결하고 개선해야할 최대의 급선무임에 분명하다. 이 새 법률체제는 이 같은 정부의 직·간접 규제와 간섭을 과감하게 철폐 또는 축소한다는 명분을 맨 먼저 내세웠다.
이 법이 이 같은 첫 번째 명분을 실천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면 그것은 공업기본법으로서의 체통과 시의를 함께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개별지원육성법이 하나같이 당근과 채찍을 함께 갖춘 행정만능의 규제법적 성격을 벗어나지 못함으로써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잠재능력과 정보량이 크게 신장된 민간영역을 오히려 억압하고 저해하는데 더 기여한 점에 비추어 민간기업의 창의와 자율 폭을 넓히는 어떤 정책도 환영받을 만하다.
그러나 이 새 제도는 이런 좋은 명분을 의심케 만드는 몇 가지 상반되는 조항을 함께 갖고 있음은 주목할만하다. 그 첫 째는 이른바 합리화 조항이다. 이 법은 시장기능의 보완을 위해 필요할 경우라고 단서를 달고 있지만, 경쟁력 상실분야의 「합리화」를 정부가 「결정」하고, 시설설비의 처리, 신증설의 규제와 금지, 경영·생산규모와 방법의 적정화, 기업의 합법과 양수도·사업전환과 공동행위 등 실로 광범한 분야의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한편에서는 경쟁력을 「보완」하기 위해서도 이와 유사한 결정과 조치를 정부가 할 수 있도록 규정함으로써 정부의 산업개인을 가능케 하는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이 같은 두 가지 장치는 시장기능의 보완과 시한적 조치라는 측면이 강조되고 있지만, 이 법의 기본법적 성격이나 민간자율의 명분과 충돌할 소지는 여전히 남긴다.
특히 이 같은 규정들은 과거 일반적 법적 근거 없이 행정적으로 처리해온 중화학 조정이나 기업해체 등을 새롭게 포괄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는 점이 크게 주목된다. 이점에서 볼 때 이들 규정은 운용여하에 따라 과거보다 더 심각한 정부간섭과 개입을 불러 올 소지마저 없지 않다.
그렇게 되면 이 새 제도는 크게 변모하고 새로운 발전단계로 접어든 국내공업에 강력한 족쇄가 될 수 있음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민간 위에 군림하려는 행정관료주의 속성이나 기득권에 항상 집착하는 과거의 성향으로 미루어 이 법이 입법명분에 충실하게 운영되려면 여간 신중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이 법이 공업발전의 획기적 촉매가 되려면 역시 운영의 방향이 기본법답게, 입법의 원래 취지대로 가야함을 특히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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